뉴스 대형 괘불의 시작,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 ‘국보’로 지정

대형 괘불의 시작,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 ‘국보’로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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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조선 시대 전적 3건도 보물로 함께 지정

이명이 기자 lmy@newsone.co.kr

조선 후기 불교회화의 백미로 꼽히는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가 국보로 지정됐다. 괘불도가 국보로 승격된 것은 1997년 이후 약 30년 만이다.

국가유산청은 조선 인조 5년(1627년)에 제작된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를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로 지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이와 함께 고려 및 조선 시대의 전적 3건도 각각 보물로 지정됐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전적은 ▲『대방광불화엄경소 권118』 ▲『삼봉선생집 권7』 ▲『동국이상국전집 권1822, 3141』이다.

부여 무량사에 소장된 이 괘불도는 높이 14m에 달하는 대형 불화로, 화려한 보관을 쓰고 온몸을 장식한 보살형 입상 형식으로 표현된 것이 특징이다. 기존의 좌상 형식에서 입상 형식으로 전환되는 과도기 양식을 보여주는 선구적 작품으로 평가된다. 특히 ‘미륵’이라는 주존 명칭이 명확히 기록돼 있어, 충청 지역에서 성행한 미륵신앙의 흐름을 잘 보여주는 자료로 꼽힌다.

또한 괘불 하단의 화기를 통해 제작 시기와 참여 화승(法冏, 慧允, 仁學, 熙尙) 등 제작자 명단이 상세히 밝혀져 있어 학술적 가치도 크다. 국가유산청은 “형식, 시기, 상징성, 예술성 면에서 우리나라 괘불도의 대표작으로서 국보로 지정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이외에도 고려대장경 계열의 귀중본으로 손꼽히는 『대방광불화엄경소 권118』은 고려 대각국사 의천이 송나라에서 들여와 간행한 경판을 바탕으로 한 인쇄본으로, 1602년 이전 국내에 전해진 마지막 판본으로 알려져 있다. 한·중·일 간 불교 교류의 흔적이 담긴 자료라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정도전의 문집 『삼봉선생집 권7』은 조선 초기 안동에서 간행된 중간본에 해당하며, 초간본·중간본의 발문과 간행 기록이 함께 수록돼 있어 문집의 전래 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사료다. 불씨잡변, 심기리편 등 정도전 사상의 주요 저술이 포함돼 있어 희소성과 사료적 가치가 모두 높다는 평가다.

고려 중기 문신 이규보의 문집 『동국이상국전집 권1822, 3141』은 고려시대 인쇄문화와 문집 간행의 실태를 보여주는 핵심 자료다. 현존하는 전집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인쇄 상태도 뛰어나며, 개인 문집으로서는 당시 드문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국가유산청은 “지방자치단체 및 소유자와 협력해 이들 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향후 문화콘텐츠 등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행정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