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아지른 협곡 사이, 물안개와 폭포 소리로 마음을 씻어 보자
강도자 여행 프리랜서 kdg@newsone.co.kr

일본 홋카이도의 중심부, 깊은 산 속에 자리한 협곡 마을 ‘소운쿄(層雲峡)’는 자연이 만들어낸 거대한 조각처럼 장엄한 풍경을 품고 있다. 아사히카와 공항이나 삿포로에서 차로 약 2시간, JR 가미카와역에서 버스를 타고 30분쯤 달리면 해발 높은 지형 속, 웅장한 절벽들과 함께 소운쿄가 모습을 드러낸다.
소운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는 것은 하늘 높이 솟은 단애 절벽. 최대 24km에 이르는 이 거대한 벽은 과거 화산 활동과 이시카리 강의 침식 작용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무심한 듯 곧게 서 있는 이 절벽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 앞에서의 겸허함을 느끼게 만든다.
이곳 소운쿄의 백미는 단연 ‘은하폭포(銀河の滝)’와 ‘류세이폭포(流星の滝)’다.
은하폭포는 낙차 약 120m의 높이에서 여러 줄기로 갈라져 떨어지는 섬세한 물줄기가 마치 하늘의 은하수처럼 흩어진다. 그래서일까, ‘여성폭포’라는 별칭도 지녔다. 반면 류세이폭포는 보다 굵고 힘찬 물줄기가 강하게 떨어지며 남성적인 인상을 주는데, 두 폭포는 서로의 성격을 달리하며 나란히 병풍처럼 선 모습으로 감탄을 자아낸다.
이 두 폭포를 한눈에 담기 위해서는 약 20분의 언덕길을 따라 ‘쌍폭대(双瀑台)’ 전망대로 향해야 한다. 전망대에 도착하면, 깎아지른 협곡 사이로 은하와 류세이 두 폭포가 장쾌하게 흘러내리는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한 여행자는 “멀리서 보면 폭포수가 구름처럼 퍼지는 모습이 신비로웠다”며 “마치 밤하늘의 은하수를 떠올리게 해 이름이 참 잘 어울린다”고 감상을 전했다. 또 다른 이의 말처럼, 바람을 타고 스치는 물안개의 냄새와 물소리는 잠시 마음의 먼지를 씻어내기 충분하다.
산책로와 전망대, 그리고 온천까지 조화를 이루는 소운쿄는 그 자체로 완성도 높은 자연 여행지다. 잠시 도시의 소음을 떠나 깊은 협곡과 시원한 폭포 소리 속에서 여유를 느끼고 싶다면, 소운쿄는 그 기대를 충족시켜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