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51일간의 기적, 진달래로 다시 피어난 영덕

51일간의 기적, 진달래로 다시 피어난 영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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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원봉사자 3,860명, 산불 피해지에 희망을 심다 –

[영덕]이근대 기자 lgd@newsone.co.kr

“흙이 질척해도 괜찮습니다. 이 진달래가 자라면, 언젠가 이 산이 다시 분홍빛으로 물들겠죠.”

5월 17일, 밤새 쏟아진 폭우로 진입로는 진흙탕이 되었지만, 영덕 별파랑공원 입구에는 아침부터 수백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줄을 지었다. 한 손에는 호미, 다른 손엔 진달래 묘목 다섯 주. 이들은 ‘다시 피어나는 영덕’이란 문구가 적힌 깃발 아래 모여 서로 낯선 이들과도 금세 친구가 됐다.

대형 산불로 잿더미가 된 영덕 땅에, 51일간 이어진 진달래심기 자원봉사투어는 그 자체가 회복의 서사였다. 5월 1일부터 신청을 받기 시작한 이번 캠페인에는 입소문을 타고 전국에서 지원이 몰렸다. 행사 마지막 날인 6월 22일까지, 총 3,860명이 이른 아침부터 도착해 산을 오르고, 무릎을 꿇고, 나무를 심었다.

특히, 별파랑공원은 이번 행사에 상징성을 더했다. 1997년 첫 화재에 이어 최근 또 한 번의 산불로 재가 된 이곳은, 이제 다시 진달래 언덕으로 거듭날 준비를 마쳤다. 영덕군은 이곳에서 *‘영덕 리부트 캠페인’*을 펼치며, “넘어진 곳에서 다시 일어서겠다”는 다짐을 되새겼다.

자원봉사자 중 92.1%는 영덕 밖에서 찾아온 이들. 포항, 부산, 서울, 대전 등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은 가족 단위, 동아리 친구, 회사 동료들이었다. 아이들의 손을 꼭 잡고 진달래를 심는 부모들의 모습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심은 나무를 몇 년 뒤 다시 보러 오자고 약속했어요.”
– 대전에서 온 한 초등학생 엄마 봉사자의 말은 이 행사의 의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영덕군은 참가비 1만 원을 현장에서 영덕사랑상품권으로 환급했고, 교통비도 일부 지원했다. 덕분에 총 2,600만 원 상당의 지역 화폐가 관내에서 쓰이며 지역 상권에도 작은 활력을 불어넣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25년 5월 영덕군 방문객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5% 증가한 94만 8천 명을 기록했고, 관광 소비 역시 21% 증가한 30억 8천만 원에 달했다. 산불이라는 위기 속에서도 영덕은 회복의 신호탄을 쏘아올리고 있는 셈이다.

영덕군 관계자는 “진달래심기 자원봉사투어는 단순한 복구 행사를 넘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손길로 영덕을 다시 일으킨 시간이었다”며 “이 진달래가 만개하는 날, 이 땅은 회복과 희망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덕군은 오는 9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하는 2차 진달래심기 일정을 예정하고 있다.
올가을, 다시 한 번 영덕의 산에는 사람과 꽃이 함께 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