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함경도 해안지도부터 조왕도까지”… 부산, 문화유산 4점 새로 지정

“함경도 해안지도부터 조왕도까지”… 부산, 문화유산 4점 새로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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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예술적 가치 높은 유형문화유산 3건과 문화유산자료 1건 고시

[부산]이근대 기자 lgd@newsone.co.kr

마하사 조왕도(摩訶寺 竈王圖)

부산시가 지역 문화유산 보호와 전승을 위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뎠다. 시는 6일 자로 「함경도 해안지도」를 비롯한 문화유산 4건을 시 지정 국가유산으로 고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지정은 부산시 국가유산위원회(유형분과)의 심의를 거쳐 결정됐으며, 이로써 부산시가 보유한 전체 문화유산 수는 총 575건으로 늘어났다.

이번에 신규 지정된 문화유산은 ▲시 유형문화유산 3건과 ▲시 문화유산자료 1건이다. 각 유산은 역사·예술적 가치뿐만 아니라 지역성과 희소성을 인정받아 문화재적 가치를 새롭게 부여받았다.

19세기 어촌의 생생한 기록, ‘함경도 해안지도’

새로 지정된 시 유형문화유산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함경도 해안지도」다. 1870년대 이후 제작된 이 지도첩은 함경도 단천에서 덕원에 이르는 해안선을 총 35면에 걸쳐 절첩 형태로 상세히 담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 지도는 함경도의 어촌 생활과 지형을 정밀하게 기록한 자료로, 지리적 유사성이 높은 부산 어촌의 생활상 연구에도 귀중한 비교자료가 된다”며 그 가치에 주목했다.

범어사에서 처음 확인된 조각승 승호의 흔적

‘범어사 청련암 석조보살좌상’은 조선 후기의 불상으로, 개성 있는 표정과 균형 잡힌 신체 비례가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17세기 후반 경상도 지역에서 활약한 조각승 승호(勝浩)의 작품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는 부산 범어사에서 처음 확인된 승호 관련 유물로 기록됐다.

승호는 경상도에서 흔히 나는 ‘불석(拂石)’을 재료로 삼아 불상을 조성한 것으로 유명하며, 이번 보살좌상은 그의 활동 반경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로 평가된다.

희귀 목판본 경전 ‘수능엄경’, 선본 가치 인정

세 번째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은 불교 밀교와 선종의 교리를 집대성한 대승경전이다. 이번에 지정된 판본은 경기도 안성 청룡사에서 간행된 10권 중 일부(권6~10)를 모은 희귀 목판본으로, 현재 부산 상륜덕화사에서 소장 중이다. 목판본으로서의 전래가 드물어, 학술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선본(善本)’으로 평가받고 있다.

근대기 불교화의 거장, 완호가 남긴 ‘마하사 조왕도’

문화유산자료로 새롭게 지정된 ‘마하사 조왕도’는 조선 후기와 근대기 민간신앙에서 유래된 조왕신(竈王神)을 형상화한 불화다. 1920년에 제작된 이 작품은 근대기 부산·경남 지역의 대표적인 화승 완호(玩虎, 1869~1931)의 손에서 탄생했다.

완호는 20여 년간 약 50점의 불화를 남긴 인물로, 조왕도의 예술성과 함께 조왕신앙이 불교적으로 수용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꼽힌다. 특히 시각적으로 구현된 불교 의례는 당시 민간신앙과 불교문화의 융합 양상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부산 문화유산, 미래 세대와 함께 잇겠다”

조유장 부산시 문화국장은 “이번에 지정된 문화유산들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증언하는 귀중한 자산”이라며 “앞으로도 부산 시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넓히고, 미래 세대에게 전통문화를 잘 계승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발굴과 보호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지정으로 부산시가 보유한 전체 국가유산은 8월 6일 기준 총 575건에 달하며, 그 중 국가지정 93건, 국가등록 24건, 시지정 321건, 시문화유산자료 130건, 시등록문화유산 7건이다. 고시 세부 내용은 부산광역시 고시 제311호(2025.8.6.)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