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 여성감독 5인이 꼽은 ‘나를 만든 한국영화’… 세대를 잇는 특별 대담 마련
[영화제]전병열 기자 newsone@newsone.co.kr
부산국제영화제가 오는 9월 열리는 제30회를 맞아 특별기획 프로그램 ‘우리들의 작은 역사, 미래를 부탁해!’를 선보인다. 빛나는 재능을 지닌 신예 여성감독 5인이 자신들의 영화 인생에 깊은 영향을 준 한국영화 한 편씩을 선정하고, 해당 작품의 선배 감독과 관객 앞에서 작품에 얽힌 이야기와 기억을 나누는 자리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김세인, 김초희, 윤가은, 윤단비, 임오정 감독이 참여해 각자의 영화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품을 소개한다. 이들은 선정한 작품의 상영과 함께, 이를 연출한 선배 감독과의 대담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영화적 대화를 이어간다. 한국영상자료원과 공동 주최하는 이 행사는 한국영화의 다음 세대를 향한 성찰과 상상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김세인 감독은 김태용·민규동 감독의 1999년작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를 택했다. 김 감독은 “학창시절 내 감정의 결을 처음으로 비춰준 영화”라며, “영화가 주는 상상력의 깊이를 이 작품에서 처음 느꼈다”고 전했다. 폐쇄적인 여고라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심리 드라마는 여전히 세기말의 명작으로 손꼽힌다.
김초희 감독은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를 선택했다. 장편 데뷔작 찬실이는 복도 많지로 주목받은 김 감독은 “밴드의 꿈과 현실의 벽,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우정과 감정을 통해 인생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쓸쓸하면서도 따뜻한 정서가 관객의 마음을 다시 두드릴 예정이다.
윤가은 감독은 이정향 감독의 미술관 옆 동물원(1998)을 추천했다. 우리들, 우리집으로 독립영화의 새 흐름을 연 윤 감독은 “이 작품이 지닌 섬세한 감정선과 이야기의 유쾌함이 내 영화에도 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시나리오로 이어지는 두 남녀의 따뜻한 로맨스가 다시 한번 스크린을 통해 관객을 사로잡는다.
남매의 여름밤으로 호평받은 윤단비 감독은 박찬옥 감독의 질투는 나의 힘(2003)을 선정했다. 윤 감독은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정직하게 다루는 방식에 큰 감명을 받았다”며, “내 영화가 다루고 싶은 세계의 실마리를 이 영화에서 찾았다”고 말했다. 사랑과 욕망, 질투가 교차하는 청춘의 초상이 스크린을 채운다.

마지막으로 임오정 감독은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2001)를 꼽았다. 지옥만세를 통해 독특한 감각을 보여준 임 감독은 “방황하던 스무 살, 내 자화상 같던 인물들이 이 영화에 있었다”고 말했다. 고양이와 함께 성장해 가는 다섯 명의 친구 이야기는 여전히 청춘을 이야기하는 상징적인 작품으로 남아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관계자는 “이번 프로그램은 단순한 상영을 넘어 창작자 간의 대화와 교류가 있는 의미 깊은 자리”라며, “신예 감독들이 직접 밝히는 영화적 뿌리를 통해 한국영화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9월 17일부터 26일까지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