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조영려 작가 “말의 감정을 색의 스펙트럼으로 풀어내다”

조영려 작가 “말의 감정을 색의 스펙트럼으로 풀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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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 | 말 그림 전문 화가 조영려 작가를 만나다
– 해운대문화회관, 석사학위 청구전 열어

전병열 기자 ctnewsone@naver.com

예술은 보이지 않는 감정을 시각화하는 언어다. 그중에서도 ‘색’은 감정의 결을 가장 섬세하게 드러내는 도구로, 작가의 내면과 세계관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특히 ‘스펙트럼’은 색채의 연속성과 감정의 다양성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예술적 장치로, 단순한 색의 나열을 넘어 감정과 분위기, 상징성을 전달하는 중요한 표현 수단이다. 이처럼 색의 흐름 속에 감정의 파동을 담아내는 작업은 고도의 예술적 감각과 깊은 사유를 요구한다.

이러한 예술적 탐구를 통해 말(馬)의 감정을 색채로 풀어내며 주목받고 있는 작가가 있다. 바로 조영려 작가다. 그는 말을 단순한 동물의 형상이 아닌, 인간의 감정과 자아를 투영하는 상징으로 삼아 그 희로애락을 색의 스펙트럼으로 표현하며 관람객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조 작가는 지난 5일 부산 해운대문화회관에서 ‘스펙트럼 – 움직임의 색채’를 주제로 석사학위 청구전을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졸업 전시를 넘어, 그가 수년간 탐구해온 예술 세계의 집약체이자, 말이라는 존재를 통해 인간 내면의 감정과 자유를 탐색한 결과물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관람객들은 색의 파동과 말의 역동성 속에서 자신만의 감정 스펙트럼을 마주하게 된다.

조 작가는 “스펙트럼은 색과 빛, 그리고 생명의 진동을 담아내는 여정”이라며 “화면 속 말은 단순한 형상이 아니라, 이 모든 진동을 담아내는 그릇이자 길들여지지 않는 자아의 그림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다양한 색으로 감정의 스펙트럼을 해부하고 기록한다. 이는 곧 나의 작업 과정이자, 예술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색은 감정의 언어이며, 그 언어들이 충돌하고 화해하며 하나의 장면을 만들어낸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5시, 개관 시간이 가까워지자 관람객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인터뷰를 서둘러 마무리한 뒤 개회식이 열렸고, 동아대학교 교육대학원 문화예술 석사과정 신상용 지도교수와 이진숙 교수, 김현기 31작가회 회장, 이수경 초록우산 부울경 본부장, 채민정 부산화랑협회 회장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조 작가는 인사말에서 “저에게 회화란,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진동을 색으로 번역하는 일”이라며 “하루하루 쌓인 감정의 결이 색의 층이 되어 결국 하나의 스펙트럼으로 완성되는데, 이 과정을 통해 예술은 단지 표현의 수단이 아니라 삶을 이해하고 치유하는 ‘움직이는 감정의 언어’임을 다시금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전시를 통해 여러분 각자의 마음속에도 자신만의 ‘색의 스펙트럼’이 떠오르길 바란다”고 전했다.

개회식은 지도교수의 축사와 김현기 작가의 축배 제의, 케이크 커팅 순으로 진행되었으며, 관람객들은 고봉민 사회자(KBM 대표)의 해설을 들으며 색채로 표현된 말의 감정을 함께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조영려 작가와의 일문일답.

조 작가와의 인터뷰는 6년 만이다. 그는 2019년 말 그림을 시작한 후 1년 뒤 개인전을 열며 <문화관광저널> ‘화제의 인물’로 소개된 바 있다.(문화관광뉴스 기사 참조)

“동아대 교육대학원 문화예술 석사과정 1기로 입학해 이번 청구전을 열게 됐습니다. 학위를 받으려면 1,000호 이상을 전시해야 하는데, 이번 작품들은 2024년 입학 이후 작업한 것들입니다.”

그는 1기라는 상징성과 지인의 권유로 입학했지만, 주경야독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1년 동안 갈등도 많았지만, 축제에 참여하거나 야간에 교정을 거닐며 다시 대학원을 다닐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을 느꼈어요. 1,000호를 채우기 위해 밤을 새워 작업하면서 스스로 대견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처음엔 등 떠밀려 시작했지만, 지금은 큰 보람과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는 가족의 응원과 남편의 전폭적인 지원이 큰 힘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작품의 특징과 철학
“캔버스 위의 말은 단순한 형상이 아니라, 내면의 에너지와 자유의 충동이 색으로 변화된 존재입니다. 감정의 스펙트럼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빛의 결을 추적하며, 말의 눈빛과 근육의 긴장감 속에 인간 존재의 생명력과 불안, 자유에 대한 갈망을 담고자 했습니다.”

그는 말 그림을 통해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자화상을 그린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말의 초상이 아닌, 인간 내면의 자유와 생명력의 ‘스펙트럼’을 탐색하는 기록이다.

앞으로의 계획과 나눔
조 작가는 이번 석사학위를 계기로 박사과정에 도전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업 경험을 바탕으로 더 깊은 이론을 탐구하고 후학을 지도하며, 특히 어려운 학생들에게 무료 강좌를 열어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한다.

그는 시리즈로 작품을 제작하며, 한 작품당 약 두 달의 작업 기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지금까지 완성한 작품은 약 500점이며, 전시 수익금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에 기부해왔다.

남편 김인석 씨는 ㈜아이에스 회장이자 초록우산 부산후원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며, 아들 김현진 대표는 ㈜디어켐을 운영하고 있다. 세 가족 모두 그린노블클럽 회원으로 나눔 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말 그림에 담긴 염원
“상품을 목적으로 그림을 그린다면 좋은 작품을 얻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전시회 때는 구매자들이 몰려요. 말 그림은 행운과 복을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그는 “내년이 말의 해인만큼, 많은 분들이 말 그림을 소장해 복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며. “국내 미술시장이 활성화돼 전업 작가들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