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아침을 물들이다
이명이 기자 lmy@newsone.co.kr

서울의 겨울 산은 고요하지만 생동감이 있다. 서울관광재단이 2026년 서울색 ‘모닝옐로우(Morning Yellow)’를 테마로 선보인 새해 첫 등산 프로그램은 그런 서울의 얼굴을 가장 잘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지난 1월 17일, 북악산 일대에서는 ‘글로벌 등산관광 도시 서울’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특별한 산행이 펼쳐졌다.
이날 산행에는 미국, 프랑스, 이집트 등 17개국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 24명이 참여했다.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이 정기적으로 운영하는 외국인 대상 등산 관광 프로그램으로, 참가자들은 겨울 도심 산행이라는 서울만의 독특한 문화를 직접 체험했다. 단순히 산을 오르는 일정이 아니라, 서울의 색과 메시지를 함께 나누는 여행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참가자들은 삼청동에 자리한 ‘서울 등산관광센터 북악산’을 거점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등산 전후 휴식은 물론, 등산화와 재킷 등 장비 대여도 가능해 도심 산행이 처음인 여행자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 준비를 마친 이들은 북악산 한양도성길 대표 코스를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말바위 전망대에서 숙정문, 곡장을 지나 해발 342m 백악마루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성곽길은 겨울 햇살 속에서 또 다른 매력을 드러냈다. 성곽 너머로 펼쳐지는 서울 도심의 풍경은 ‘산과 도시가 이렇게 가깝게 공존할 수 있구나’라는 감탄을 자아낸다. 새해를 맞아 전면 개방된 성곽길 덕분에 참가자들은 정상까지 온전히 오르는 특별한 경험을 누릴 수 있었다.
모로코에서 온 이만 라루시 씨는 “이전 방문 때는 정상 구간이 통제돼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끝까지 오를 수 있어 좋았다”며 “도심 한가운데서 사슴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겨울 등산만의 차분한 매력이 인상 깊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서울의 산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일상과 자연이 맞닿은 공간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서울에는 현재 북한산, 북악산, 관악산에 각각 등산관광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등산화, 의류, 아이젠 등 필수 장비를 대여해 주며, 무거운 장비 없이도 안전하게 산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시스템 덕분에 서울의 산은 점점 더 ‘접근하기 쉬운 여행 코스’로 자리 잡고 있다.
그 흐름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2025년 한 해 동안 서울 등산관광센터 3개소를 찾은 방문객은 10만 명을 넘어섰고, 장비 대여도 5천 건 이상 이뤄졌다. 특히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산행 프로그램은 51회 운영돼, 74개국 1,151명이 서울 산의 매력을 경험했다.
서울관광재단은 여기에 멈추지 않는다. 올해부터는 글로벌 서울 산 홍보대사 ‘글로벌하이킹메이트’를 확대 운영하고, ‘서울 하이킹 위크’를 봄과 가을 두 차례로 늘려 글로벌 등산 관광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봄꽃과 단풍으로 물드는 계절마다, 서울의 산은 또 다른 여행 무대로 변신할 예정이다.
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이사는 “등산이 이제 외국인 관광객에게 서울 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며 “도심 등산문화 확산을 이끌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새로운 등산 코스를 발굴하고 산악 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모닝 옐로우 목도리와 모자를 두른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이 북악산 능선을 따라 걷던 그날, 서울의 새해는 그렇게 밝고 힘차게 시작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