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픈 것이 아니라, 함께 기뻐할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싶다”

“어떻게 형제가 남보다 더 못할 수가 있어요? 시샘이 나서 그런가 봐요. 정말 이해가 안 가네요.” “그럴 리가 있나요. 당신이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거 아닐까?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겠지.”
아내의 볼멘소리에 대꾸는 했지만, 마음 한편이 편치 않았다. 딸의 국가시험 합격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이웃들이 정성껏 마련해준 자리였고, 같은 마을에 사는 동생도 참석했다. 모두 부부 동반이었지만, 동생은 혼자 왔다. 아내는 크게 실망한 듯했고, 나 역시 기대에 대한 실망이라며 마음을 달래보았지만 섭섭함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표현이 서툴 수 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해 일부러 무심한 척하는 경우도 있다. 이웃들은 축하금과 케이크, 꽃다발까지 준비해 즐겁게 자리를 빛냈지만, 동생은 무심하게 앉아 있었다. 아내의 불만은 그 무심함에 있었다. “형제니까 더 기뻐해 줄 줄 알았는데…”라는 기대가 무너진 순간이었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다. 왜 사촌이 잘되면 배가 아플까. 남도 아닌 가족인데 말이다. 시기심이나 질투 때문일까. 아니면 열등감에서 비롯된 박탈감일까. 하지만 나는 믿는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처럼, 가족은 결국 서로를 축하하고 기뻐할 수 있는 존재라고.
실제로 주변에는 형제나 사촌 간에 원수처럼 지내는 경우도 있다. 축하 자리는 물론, 장례식에도 얼굴을 비추지 않는 이들도 있다. 물론 얽히고설킨 사연이 있겠지만, 조금만 이해하고 양보하면 풀릴 수 있는 문제다. 안타깝게도 그런 응어리를 풀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가족 간의 갈등은 대부분 재산, 보증, 부모 봉양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그 갈등의 뿌리는 ‘기대’에 있다. 가족이기에 더 잘해주길 바라고, 더 따뜻하길 기대한다. 그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고, 실망은 서운함으로, 서운함은 미움으로, 결국 원망으로 번지기도 한다.
예전에는 사촌 간에도 명절이나 기일에 자주 만나며 정을 쌓았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그런 만남도 줄어들고, 자연스레 관계도 멀어졌다. 가족이라는 이름만으로는 더 이상 끈끈한 정을 유지하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중요한 건 ‘의지’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서운함을 품기보다 이해하려는 마음, 포용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촌이 논을 사면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함께 기뻐하고 축하해주는 것이 가족의 도리다.
나는 어릴 적, 명절이면 사촌들과 함께 뛰놀던 기억이 있다. 고무줄놀이, 숨바꼭질, 강가에서 물장구치던 그 시절의 추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는 서로의 성취에 박수를 보내는 것이 당연했다. 누가 상을 받으면 함께 자랑스러워했고, 누가 혼나면 함께 울기도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삶의 무게가 각자에게 다르게 얹히면서 그 순수한 감정은 점점 사라졌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축하해주는 것도, 위로해주는 것도, 함께 기뻐하는 것도. 하지만 당연한 것은 없다. 모든 관계는 노력으로 유지된다.
동생의 무심함이 정말 시기심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표현하지 못한 축하의 마음이었을까. 가족 간의 관계는 단순한 혈연을 넘어선다.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고, 함께 기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진실이 된다. 기대를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가족 간의 진정한 사랑 아닐까.
앞으로는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픈 것이 아니라, 함께 기뻐할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싶다. 형제가 남보다 못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남보다 더 깊은 정으로 서로를 아끼고 격려하는 것이 가족의 본질이다. 기대가 실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이해와 포용으로 관계를 지켜나가야 한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이 말이 단순한 속담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며 지켜야 할 삶의 철학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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