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문화 에세이 l 화(怒)를 못 참으면 분노조절장애일까

문화 에세이 l 화(怒)를 못 참으면 분노조절장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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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인생을 좌우한다.”
전병열 수필가

“듣기 싫어요, 그만해요! 당신은 꼭 그렇게 쓴소리를 해야 하는 거야?”
“왜 화를 내나요? 큰소리 안 치면 말을 못합니까? 조용히 이야기해도 되잖아요! 제 말이 틀린 게 있어요?”
“당신이 먼저 큰소리쳤잖아!”

사소한 문제가 큰소리로 번져 서로의 감정을 깊게 후벼 판다. 상대방이 수그러들면 금세 조용해지지만, 대꾸를 하고 같이 화를 내면 분노는 더 커진다. “조금만 참았으면 될 걸…” 후회는 뒤늦게 찾아오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사과하고 다짐도 하지만, 화가 치밀면 참으려는 생각보다 큰소리가 먼저 나온다. 결국 화를 먼저 낸 내가 잘못이다. 참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순간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지고, 때로는 폭언까지 쏟아내기도 한다. 상대방이 자존심을 건드리며 우길 때는 폭력을 행사할 수 없어 욕설로 화풀이를 한다. 지성인으로서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험한 말들이 오간다.

문득 생각한다. 혹시 이것이 분노조절장애일까.

급히 인터넷을 검색해 본다. 분노조절장애는 의학적으로 간헐적 폭발성 장애(Intermittent Explosive Disorder, IED)라는 이름으로 분류되는 정신질환이라고 한다. 사소한 자극에도 상황에 맞지 않게 분노가 폭발하며, 공격적 언행이나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뇌의 감정조절 영역, 즉 전두엽과 편도체의 기능 이상일 수도 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분노조절장애는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분노가 질환은 아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피곤함, 억울함 등 특정 상황에서 누구나 화를 낼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진정되고, 후회하거나 스스로 조절이 가능하다면 사회적·직업적 활동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는 분노조절장애가 아닌,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 반응일 것이다.

문제는 후회하면서도 반복된다는 점이다. 자제력이 부족하다 자책도 하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자칫 더 심화돼 공격적 언행이나 폭력, 물건 파손 등 난폭한 행동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 결국 대인관계나 직장생활, 사회생활에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심각성을 느낀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우선은 자신의 의지력으로 극복해 보려고 결심한다. 주변의 조언을 받아 실행 계획을 세워 본다.

△화가 날 때 잠시 자리를 피하거나 심호흡으로 마음을 진정시킨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화가 폭발했는지 메모하여 패턴을 파악한다 △큰소리를 내고 싶을 때 눈을 감고 생각을 멈춘다 △화가 날 때는 물을 마시며 잠시 뜸을 들인다.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면 비슷한 조언을 한다. 화가 올라올 때 스스로 “STOP”이라고 속으로 말하거나 손을 움켜쥐는 등 신체적 신호를 만들어 반응을 끊으라는 것이다. 또한 욕설이나 큰소리가 나오기 직전, 3초간 숨을 들이마시고 5초간 내쉬는 습관을 들이면 반응을 늦출 수 있다고 한다. 욕설 대신 “지금 기분이 불편하다”와 같은 문장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을 해보라는 조언도 덧붙인다.

결국, 화를 다스리는 문제는 본인의 의지력과 정신력에 달려 있다. 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운동과 명상, 충분한 수면을 통해 뇌의 감정조절 능력을 강화하는 길밖에 도리가 없다. 끝까지 자신과의 전쟁에서 이기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내가 선택한 길이다.

나는 여전히 완벽하게 화를 다스리지 못한다. 때로는 작은 말에도 욱하고, 후회가 뒤따른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화를 참는다는 것은 단순히 목소리를 낮추는 일이 아니라, 내 삶을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가족과 동료, 친구와의 관계를 지켜내는 일이자, 결국은 나 자신을 지켜내는 일이다.

분노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인생을 좌우한다. 나는 오늘도 다짐한다. “할 수 있다. 반드시 이겨내겠다.” 이 다짐이 반복되는 한, 나는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