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대규모 자연공원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 국가도시공원 관련 법안 제정 주도적 기여
– 도시 속의 녹지가 아니라 녹지 속의 도시라는 개념이 중요

25년 전, ‘100만 평 공원 운동’의 산파 역할을 맡아 변함없는 열정으로 공헌해 온 이들 덕분에 제1호 국가도시공원 부산 지정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특히, 국가도시공원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일부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회 통과를 주도한 정의화 상임공동의장(전 국회의장)은 100만 평 공원 운동의 정신적 지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지는 (사)봉생문화재단 의료원장 집무실에서 정 의장을 만나 100만 평 공원 운동의 실질적 리더인 김승환 운영위원장(동아대 명예교수)과 함께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 의장은 지난해 말에 ‘2024 국가지도자상’을 수상했다. 한국정치학회에서 처음 제정한 이 상은 한국이 처한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사회적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을 통합해 세계가 주목하는 오늘의 한국을 건설하는 데 기여한 지도자를 기리기 위해 수여된다.
국가도시공원 관련법 대표 발의
정 의장이 100만 평 공원 운동에 참여한 계기와 법 제정 과정의 에피소드를 묻자, 그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제일 좋아하는 색이 그린입니다. 김 교수의 공원 관련 논문을 3편이나 읽을 정도로 숲을 굉장히 좋아하고 공원을 사랑하며 관심이 많았어요. 도심 속의 녹지 공간이 아니라 녹지 속의 도시라는 개념을 갖고 있어요. 창간호에 보니까 센트럴파크를 소개했더군요. 그런 거대한 공원이 도심의 허파 역할을 하면서 도시민들의 마음을 순화시키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100만 평 공원 운동 이전부터 해외 유학 시절에 뮌헨의 잉글리시가든, 샌프란시스코의 골든게이트 파크 등 대형 공원을 즐겨 찾았다. 사진 촬영을 취미로 즐기며 공원에서 연인들의 모습이나 독서하는 사람들, 산책하는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곤 했다. 그러면서 그런 공원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1987년에 김 교수를 만나 의기투합해 100만 평 공원 운동을 창립하고 참여하게 됐다고 회고한다.
그는 국회부의장 재임 시절, 국가도시공원법을 대표 발의하고 상정했지만, 공원의 중요성을 미처 헤아리지 못한 일부 의원들의 소극적인 반응으로 인해 계류되다가 본회의 상정도 못 하고 회기가 지나쳤다. 그러나 19대 국회의원으로 5선에 성공한 후, 국회의장으로 취임하면서 이를 재발의해 힘겹게 통과시켰다. 정 의장은 “법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이것저것 빠졌지만, ‘Better than nothing:없는 것 보다 낫다’이라는 생각에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 의장이 아니었으면 법안 통과를 못 하고 흐지부지될 수도 있었다”며, “국가에서 관리비는 지원하지만, 부지 매입비나 조성비는 제외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 시장 재임 중 지정될 것으로 기대
법이 통과됐지만 아직도 지정되지 않은 이유가 정치적인 혼란 때문이냐고 묻자, 정 의장은 “정치적인 영향은 전혀 없다”며 “정치인들이 공원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작금의 정치 상황을 우려하자 그는 “여야의 정쟁이나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10여 년 전보다 정치적 수준이 향상됐기 때문에 쉽게 처리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참고로 이성권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했고, 민주당 소속 국토위원장도 인천시를 대상 지역으로 발의했는데 병합 심의가 이루어지면 오히려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련 법 통과 당시 국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던 박형준 부산시장이 취임해서 적극적으로 제1호 국가도시공원을 주도하고 임기 내 지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 의장은 “박 시장 재임 중에 반드시 지정될 수 있도록 적극 후원하겠다”면서 “여야 중진 의원들에게 협조를 요청하고 필요하면 직접 나서겠다”고 호응했다. 국회 통과가 되어도 국토부에서 국가도시지정을 거부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예산이 들어가니까 당정 간 협의를 해야 할 테지만, 그 외에 특별히 반대할 명분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인공시설 배제한 자연공원으로 조성되길
“국가도시공원은 다른 인공적인 건축물이 최소한도로 들어가면 좋겠습니다. 문화시설도 좋지만 가능한 도심 속에 자연공원을 만들어야 합니다. 욕심 같아선 도심 중앙에 조성되면 좋겠지만, 도심내에 땅이 없으니까 대규모 자연공원은 도심외곽에 지정되게 됩니다만, 을숙도 지역은 대규모 자연공원이 도심부에 가까이 위치해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됩니다. 국립자연유산원을 유치하면 현대미술관과 인접한 위치에 건립해야 합니다. 문화 클러스터로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곳이면 좋습니다. 박물관 건립에는 많은 국비가 들어가는데 그만큼 효과가 나려면 시민이나 외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와야 합니다.”
국가도시공원이 조성되면 부산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 정 의장은 자연 생태를 그대로 보존하고 꼭 필요한 시설을 건립할 때는 클러스터가 되도록 하자는 주장을 이어갔다. 이에 관해 김 교수는 “100만 평이 조성되면 보존할 부분은 최대한 보전해 자연을 살리고, 편의시설과 문화시설을 건립해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하고자 계획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정 의장은 “잔디 광장도 만들고 꽃나무나 조경수 등으로 자연환경을 잘 만들어 그 자체로 유인책이 될 수 있도록 해야지, 시설을 유치해 주객을 전도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시설 이용을 목적으로 방문하도록 하자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즐기기 위해서 방문하도록 하고, 방문한 김에 시설도 이용하게 한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국가도시공원의 필요성에 대한 시민 인식이 중요
정 의장은 “우리 부산시에 국가도시공원이 왜 필요할까? 아름다운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도시에 굳이 국가도시공원을 유치하고자 애쓸 이유가 뭔가? 국가도시공원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단순한 홍보 차원을 넘어 실질적으로 시민들에게 유익한 공간임을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산이 좋지만, 노인들이 쉽게 올라갈 수가 없다. 케이블카라도 타고 올라가서 즐기고 싶지만, 모든 시설을 다 갖출 수도 없다. 시민들이 주말에 교외로 나갈 필요 없이 가족들과 지하철을 타고 김밥을 싸서 피크닉을 갈 수 있고 바비큐라도 해 먹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도심에는 그런 광활한 곳이 없다.
그는 “우리가 100만 평 공원을 절실히 필요로 하듯이 우리 시민들도 공감할 수 있도록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며 “공원을 사랑하는 시민들이 많을수록 삶의 질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어 그는 “대규모 국가도시공원도 중요하지만 도심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소공원’도 많이 만들어야 한다”면서 “100~200평 정도의 소규모 쉼터 공원도 지역 곳곳에 조성하면 공원 속의 도시가 될 수 있고, 특히 곳곳에 있는 빈집들을 지자체가 매입해 아담하게 정원이나 녹지 쉼터로 조성하면 일거양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민들의 인식이 바뀌면 자연스럽게 공원이 조성되겠지만, 그때까지 시민단체나 기관의 홍보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00만 평 공원도 필요하지만 만 평짜리 100개, 100평짜리 1,000개 등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 부산시 전체가 거대한 공원이 되고 세계적인 도시가 될 수 있어요. 빈집 매입이 안 되면 임대라도 해서 400~500평 규모의 공원을 만들 수 있으면 금상첨화죠.” 자연도심공원 조성에 대한 그의 욕망은 끝이 없다.

‘봉생힐링파크’에 가보셨나요?
정 의장은 2019년 12월 봉생병원 개원 70주년을 맞아 동구 초량동 옛 성분도병원에 ‘봉생지역사회관’을 개관하고 900여 평의 부지에 녹지 공원을 조성했다. 이곳은 도심 속의 휴식 녹색 공원으로 주민들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지역사회관은 사회 공헌 사업의 일환으로 시민에게 무료로 전문적인 건강 강좌를 제공하고 봉생병원과 부산의 의료 역사를 전시한다는 취지에서 개관했다. 그의 장인인 고 김원묵 박사가 53년 전 신경외과 전문병원으로 시작한 봉생병원은 현재 부산 지역을 대표하는 종합의료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공원 인근에 개인적으로 ‘정의화 국회의장 기념관’도 건립했다. 국회의장 기념관은 국내 처음이다. 그는 “기념관을 만들 정도로 위대한 사람은 아니지만 어릴 적부터 기록하고 보존하는 것을 굉장히 중요시했다”며 “장인어른의 자동차 핸들에서부터 할아버지와 부모님 유품, 해외 생활에서 수집한 물건들, 집에 보관하고 있던 물품들, 국회 의장실에 있던 물건 등 그냥 두면 버려질 것 같은 것들을 전시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모교인 부산중고가 인근에 위치해 후배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메시지가 될 것 같다는 기대도 하고, 민주시민교육 강좌를 개설해 시민들에게 민주 의식을 고취하는 등 기념관을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언젠가는 그의 고향인 창원시 진해 웅동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소개한다.
정치는 조화와 균형이 중요
시민들이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전제로 정치 현안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그는 세미 프레지덴셜리즘(semipresidentialism)의 의미에 대해 명쾌하게 소신을 밝혔다.
“직역하면 반(半)대통령제, 준대통령제인데, 포르투갈은 대통령을 직선으로 뽑지만 국회 해산권을 주니까 국회의 폭주를 막을 수 있다“며 ”국회의원들이 국가를 운영하지만, 잘못하면 국회를 해산할 수 있는 권한이 대통령에게 있어 균형과 조화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군통수권과 외교 안보권을 주고 나머지는 총리가 맡도록 하는 게 이원집정제인데, 당이 다르면 자칫 대통령과 총리가 싸울 수 있어 우리나라 실정에는 쉽지 않다”고 견해를 밝혔다.
또한, 그는 “4년 중임 대통령제로 바꾸자는 여론이 있는데, 제가 정치를 해보니 대통령제는 안 된다. 대통령이 되는 순간에 제왕적 대통령으로 군림하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이 현재의 정치 현안으로 혼란스러워한다며 조언을 구하자, 그는 “정치는 조화와 균형이 생명”이라며 “비행기의 양 날개처럼 좌우, 진보와 보수는 존재해야 하지만 양극단은 안 된다”고 강조한다. 정치는 대화와 타협인데, 우리는 지금 대화와 타협이 없기 때문에 파국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타협하면 협잡하는 것으로 오해하는데,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중용의 정치에는 타협과 대화가 필요하다“면서 ”중용의 정치인을 기회주의자로 매도하기도 하는데, 저울추와 같이 균형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용이다”고 역설했다. 그는 끝으로 “스스로를 중도 보수주의자라고 칭하며 중용의 정치를 희망한다”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인터뷰 전병열 기자 chairman@newso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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