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관광 황금빛으로 물드는 경북의 가을…수백 년 은행나무 명소 9곳

황금빛으로 물드는 경북의 가을…수백 년 은행나무 명소 9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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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문화관광공사, 10월 여행지 소개…역사와 설화 품은 노거수 따라 가을 산책

이근대 기자 lgd@newsone.co.kr

.경주-운곡서원-은행나무

수백 년의 세월과 이야기를 간직한 경북의 은행나무 노거수들이 가을 여행객을 맞이한다. 고즈넉한 서원과 전통 정원, 사찰 등에 자리한 거목들은 황금빛 단풍과 함께 역사적 가치와 독특한 설화를 전하는 가을 명소다.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는 매월 선보이는 ‘사진으로 만나는 경북 여행’ 시리즈의 10월 주제로 은행나무 노거수 명소를 선정해 소개했다. 이번에 소개한 곳은 경주 운곡서원과 구미 농소리, 영양 서석지 등 경북 곳곳에 자리한 9곳이다.

10월의 경북은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고 산과 들이 형형색색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시기다. 특히 오랜 세월 지역의 역사를 지켜온 은행나무들은 웅장한 자태와 함께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있어 단순한 경관 감상을 넘어 특별한 여행 경험을 선사한다.

경주 강동면 왕신리 운곡서원에는 수령 약 370년, 높이 30m, 줄기둘레 6m에 이르는 은행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넓게 뻗은 가지가 고즈넉한 서원을 감싸 안는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권산해의 억울한 죽음을 위로하기 위해 영주 순흥에서 가지를 가져와 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가을이면 서원 지붕 위로 쏟아지는 은행잎을 담으려는 사진작가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구미 옥성면 농소리에는 수령 약 400년, 높이 25m의 천연기념물 은행나무가 마을을 지키고 있다. 나무는 사방으로 넓게 가지를 뻗어 하늘을 뒤덮고 있으며, 지상 3m 부근에서 줄기가 세 갈래로 갈라진 독특한 수형이 특징이다. 세 그루가 등을 맞대고 서 있는 듯한 모습에서 오랜 세월을 견뎌온 거목의 위용을 느낄 수 있다.

영양 입암면 연당리의 서석지에서는 수령 약 440년의 은행나무가 전통 정원과 어우러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조선 광해군 때 조성된 서석지는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 정원으로, 넓은 그늘을 드리우는 은행나무와 연못, 정자가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 같은 경관을 연출한다.

상주 은척면 두곡리에는 수령 약 470년, 높이 15m의 은행나무가 마을 사람들에게 ‘덕목(德木)’으로 불리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열매를 풍성하게 맺는 이 나무에는 억울하게 죽은 월선과 한수, 태중의 아이가 각각 나무로 환생해 서로 얽혀 한 몸이 됐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여러 줄기가 뒤엉킨 독특한 모습은 삶과 인연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김천 대덕면 조룡리 섬계서원 뒤뜰에는 수령 약 600년, 높이 28m의 천연기념물 은행나무가 서 있다. 가지 곳곳에서 종유석처럼 길게 늘어진 ‘유주(乳柱)’가 독특한 볼거리다. 과거 인근 두 문중이 서로 자신의 조상이 심은 나무라고 주장하며 법정 다툼을 벌였을 정도로 지역에서 각별한 관심을 받아왔다.

영주 순흥면 내죽리 소수서원에는 수령 약 500년의 은행나무 두 그루가 서로 마주 보고 있다. 높이 21m의 수나무는 소나무 숲에 둘러싸여 있고, 높이 25m의 암나무는 죽계천 언덕 위에 자리한다. 특히 암나무 밑동에서 여러 새 줄기가 힘차게 뻗어 올라오는 모습은 오랜 세월을 이어온 생명력을 보여준다.

영천 임고면 양항리 임고서원 입구에서도 수령 약 500년, 높이 30m의 은행나무를 만날 수 있다. 정몽주를 추모하는 서원의 고풍스러운 한옥 전각과 넓게 펼쳐진 나무의 수관이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든다. 정몽주의 굳은 절개를 상징하는 서원과 샛노란 은행잎이 대비를 이루는 것도 이곳의 매력이다.

안동 길안면 용계리에는 수령 약 700년, 높이 31m, 둘레 13.67m에 이르는 천연기념물 은행나무가 있다. 1966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 나무는 임하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놓였지만, 대대적인 이식 공사를 통해 생명을 이어갔다. 나무를 옮기기 어려워 주변에 흙을 쌓아 인공섬을 만들고 나무를 수직으로 들어 올리는 방식으로 보존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청도 청도읍 원리 적천사에는 수령 약 840년, 높이 29m의 천연기념물 은행나무가 사찰 경내를 지키고 있다. 신라 시대 창건된 적천사와 함께 오랜 역사를 간직한 이 나무에는 고려 보조국사 지눌이 사찰을 중건한 뒤 짚고 다니던 은행나무 지팡이를 땅에 꽂았고, 그것이 뿌리를 내려 거목이 됐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김남일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 사장은 “야외 활동을 망설이게 하던 무더위가 끝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0월은 경북의 아름다운 자연을 두 발로 누비기 가장 좋은 시기”라며 “수백 년의 세월과 이야기를 품은 경북의 다채로운 은행나무 명소에서 일상의 피로를 덜고 잊지 못할 건강한 추억을 만드시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