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현장 잇달아 터지는 타워크레인 사고, 안전불감증 여전해

잇달아 터지는 타워크레인 사고, 안전불감증 여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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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타워크레인 재해 예방을 위한 법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와중에 경기 평택시에서 타워크레인 사고가 또다시 발생했다.

경찰은 타워크레인 키를 높이는 인상작업 도중에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부품 피로도가 누적됐거나 불량 부품이 사용됐을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망한 작업자가 안전고리를 장착했지만 추락 당시 뜯어져 추락한 것으로 확인돼 안전고리 안전성 여부도 조사할 예정이다.

지난 12월 19일 평택경찰서 등에 따르면 12월 18일 평택시 칠원동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인상작업 도중 지브(짐 들어 올리는 팔)가 아래로 꺾여 작업자 정 모(53)씨가 추락해 숨지고 이 모(48)씨 등 4명이 부상당했다.

이번 사고는 인상작업 때 텔레스코픽케이지가 최상부 마스트(기둥)와 분리된 크레인 상부를 들어 올리고 추가 마스트를 결속하는 과정에서 아랫부분을 지탱하는 슈(shoe·거치대) 부분이 파손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앞서 현장에 설치된 CCTV 영상을 통해 인상작업 도중 텔레스코픽케이지가 순간적으로 3m 정도 아래로 떨어졌고, 이 충격으로 지브가 아래로 꺾이면서 마스트와 부딪쳐 작업자들이 튕겨 나가는 모습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번 사고가 장비의 오랜 사용으로 거치대 등의 피로도가 쌓여 부러졌거나 해당 부품이 불량일 가능성을 놓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비파괴검사를 비롯한 정밀감식을 요청할 계획이다. 사망한 정 씨는 안전고리를 연결한 상태에서 작업하고 있었으나 고리가 끊어져 아래로 추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작업자들은 다행히 안전고리가 정상적으로 작동해 난간에 매달려 경상에 그쳤다. 경찰은 생존자들의 심신이 안정되는 대로 사고 경위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타워크레인은 제한된 공간 안에서 건설자재를 운반하는 초대형 기계다. 2008년까지 타워크레인은 건설기계가 아닌 철구조물이었다. 안전관리도 되지 않았고 유통질서도 투명하지 못했으며, 사고가 나도 보상 받을 길이 미비했다. 27번째 건설기계로 등록된 이후 ‘등록만 하면 되는 파행’이 펼쳐졌다. 생산연도를 속여 등록하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중고 기계를 수입해 신형으로 등록해도 그대로 인정받았다. 생산시기를 판별하지 못하도록 명판을 제거한 타워도 많았고, 일각에서는 외환위기 때 건설사들이 외국에 판 타워가 연식 세탁을 거쳐 역수입된다는 의혹도 일었다.

고용노동부 안전보건공단에서 하던 안전검사는 국토교통부를 거쳐 민간으로 이관되며 규제가 완화됐고, 업체로부터 검사를 수주 받는 민간 기관들은 꼼꼼하게 검사할수록 돈을 벌기 힘든 구조에 직면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올해 들어 3번째 타워크레인 인명피해 사고다. 지난 5월 1일 삼성중공업 대형 타워크레인이 충돌해 넘어지면서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어 같은 달 22일 남양주 공동주택 신축공사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넘어져 3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입은 바 있다.

지난 2013년부터 올해 6월까지 발생한 타워크레인 사고는 총 23건으로 이중 17건(74%)는 ‘작업관리·안전조치 미흡’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

오진선 기자 sumaurora@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