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을 듣는다 “장애인 체육의 질적 발전을 도모하는 생활체육 활성화에 더욱 힘쓸 것”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체육협력관] “장애인 체육의 질적 발전을 도모하는 생활체육 활성화에 더욱 힘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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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개최된 서울패럴림픽은 장애인과 장애인 체육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장애인 전문체육을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서울패럴림픽 이후 국내에 대한장애인체육회, 종목별 경기단체, 시도 체육회 등 장애인 체육단체가 설립됐으며, 장애인 선수가 확대됨과 동시에 연금, 훈련비, 시설, 프로그램 등의 지원이 강화되는 시발점이 됐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2018년, 또 다른 패럴림픽인 평창 동계패럴림픽이 국민들의 큰 관심 속에서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이에 정부는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의 성공 개최를 장애인 체육의 획기적인 발전의 계기로 삼기로 했다. 1988 서울패럴림픽이 전반적인 장애인 체육에 대한 인식 개선과 ‘장애인 전문체육’ 발전에 기여했다면,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을 통해서는 장애인 체육의 근간을 이루는 ‘장애인 생활체육’ 발전을 도모하고자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월 2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패럴림픽의 감동이 일회적인 일로 끝나지 않도록 장애인 체육을 활성화하는 계기로 삼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고, 이후 문체부를 중심으로 5개 권역별(수도권, 호남권, 중부권, 영남권, 제주도) 청책포럼, 총 40여 회 이상의 간담회, 합동 워크숍 등 다양한 방식의 의견 수렴과 연구 추진 결과를 거쳐 ‘장애인 생활체육 활성화 방안’을 수립했다. 그리고 이번 정책은 8월 14일 대국민 보고회를 통해 공개됐다.

본지는 이번 장애인 생활체육 활성화 정책의 실무책임자인 전병극 문체부 체육협력관(사진)을 만나, 4개월간의 정책 수립 과정과 앞으로의 정책 방향을 들어봤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본지 취재팀장과 대담 중인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체육협력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이번 ‘장애인 생활체육 활성화 방안’이 수립됐는지.

“시작은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동안 장애인 스포츠에 대해 잘 모르거나 무관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 3월 개최된 평창 동계패럴림픽은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져다준 중요한 이벤트가 됐습니다.

이번 패럴림픽에서 한국은 금1, 동2를 거머쥐며 종합 16위라는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고, 특히 아이스하키에서 동메달을 따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동메달을 기록한 후 은반에 태극기를 놓고 둘러 앉아 찍은 사진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 중 하나일 것입니다. 이런 부분들이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고 봅니다.

정부 또한 이번 패럴림픽에 대통령 내외에서부터 장관까지 각별한 관심을 보였고, 특히 영부인은 대회 기간 평창에서 거의 상주하다시피하며 장관과 함께 현장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으신 것 같습니다. 그러다 지난 4월 열린 패럴림픽 선수 간담회에서 아이스하키팀의 한민수·정승환 선수로부터 “패럴림픽을 앞두고 아이스하키를 연습할 곳이 없어 1~3개월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운동했다. 패럴림픽의 감동을 이어나가 장애인들도 가까운 곳에서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한다”는 의견을 듣게 됐고, 이것이 가슴에 와 닿는 얘기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후 대통령 지시 하에 평창 동계패럴림픽 유산(legacy) 차원에서 장애인 스포츠의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일대 전환기를 만들자 하여 이번 정책이 추진됐습니다.

이에 문체부는 장애인 체육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정책에 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지난 4개월 동안 장애인 체육에 몸담고 있는 많은 관계자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5회에 걸친 권역별 청책포럼(수도권, 호남권, 중부권, 영남권, 제주도)을 통해서 장애인 체육 종사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고, 관계자별(장애인 체육시설 관계자, 시·도 장애인체육회, 학계, 선수, 지도자 출신 등) 세부 의견수렴을 위한 소규모 간담회와 전문가 자문회의 및 워크샵도 40여 차례 진행하며 현 주소를 생생히 파악하고 이번 정책안을 수립하게 됐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장애인 생활체육 활성화 방안’은 크게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정부는 ‘장애인 체육, 모두를 위한 체육의 시작’이라는 비전 아래 3대 추진전략과 8대 핵심과제를 수립했습니다.

우선 ‘장애인이 주도하는 체육’을 위해 장애인이 일상에서 체육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생활밀착형 반다비 체육센터를 건립하고(2025년까지 150개소), 기존 공공체육시설에서도 장애인들이 차별 없이 체육활동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것입니다. 또한 저소득층 유·청소년에게 지급되던 스포츠강좌이용권을 장애인 대상으로 확대 지급하는 장애인 스포츠강좌이용권 도입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우선 2019년도에는 장애학생 등 5,100명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장애인 스포츠강좌이용권 연구용역도 병행 추진해 해당 바우처가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장애인이 즐기는 체육’을 위해서는 수요자 맞춤형 장애인 생활체육교실을 대폭 확대하고, 노인·여성·직장 장애인 등 기존에 생활체육 프로그램에서 소외됐던 장애인들을 위한 교실지원도 강화할 예정입니다(2022년까지 1,300개). 또한 장애인의 지속적 체육활동의 기반이 되는 동호회 지원을 확대하고, 장애인형 공공스포츠클럽 시범사업도 추진할 것입니다.

‘장애인과 함께하는 체육’을 위해서는 장애인 생활체육지도자 배치를 확대하고(2022년까지 1,200명), 장애인 생활체육지도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하려고 합니다. 또한 통합체육 프로그램을 확대해 장애·비장애 학생간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장애인 체육 인식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홍보사업도 병행할 예정입니다.

장애인 생활체육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행정·복지·교육 분야와의 정책 연계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부처단위·지역단위·시설운영 측면에서의 협력체계도 강화해나갈 것입니다.”

‘청책포럼’의 실무책임자로서 장애인 체육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은 소감은.

▲청책포럼 당시

“청책포럼을 다니며 느낀 것은, 한국이 현재 국민소득 3만 불 시대를 맞이하며 선진국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하는데, 아직까지 장애인에 대한 이해는 체계적으로 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잊고 사는 것 중에 하나가 장애인에 대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현장에선 구구절절이 장애인이 체육활동을 할 때 겪는 어려움들을 이야기합니다. 장애인들의 삶을 공감하고, 함께 나아가고자 하는 의식들이 전반적으로 부족하지 않았나 돌아보게 됐습니다.

이번 장애인 생활체육 활성화 계획을 준비하면서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장애인 생활체육은 장애인의 삶의 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자신의 생활반경 내에서 자유롭게 체육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들의 삶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장애로 병원에 계시던 분이 운동을 접했을 때 느끼는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합니다. 특히 중도장애인 같은 경우는 좌절하기 십상인데, 체육을 통해 제2의 삶을 사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이렇듯 체육활동이 장애인에게 주는 의미는 굉장히 크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영국으로 전역한 군인 중에는 척수를 다쳐 하반신을 쓸 수 없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들을 진료했던 스토크맨더빌(Stoke Mandeville) 병원의 루드윅 구트만(Ludwig Guttmann) 박사는 치료를 위해 운동재활요법을 도입했는데, 운동을 통해 척수손상 환자들이 신체에 대한 통제력을 조금씩 되찾고, 새로운 방향으로 인생을 사는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장애인 스포츠가 시작됐고, 그들을 모아 스포츠 경기를 연 것(스토크맨더빌 경기)이 오늘날 패럴림픽의 기원이 됐습니다.”

‘반다비 체육센터’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한민수 선수는 패럴림픽 이후 가진 선수 간담회에서 ‘패럴림픽 연습기간 동안 아이스하키를 연습할 곳이 없어 전국을 떠돌면서 운동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장애인 체육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문체부에서는 장애인들이 살고 있는 생활권 내에 생활밀착형 장애인 체육시설인 ‘반다비 체육센터’를 2025년까지 150개소를 확충해, 장애인들의 스포츠 기본권을 보장할 예정입니다.

해당 체육시설의 명칭을 반다비 체육시설로 명명한 것은 해당 시설이 패럴림픽의 후속조치에 따른 장애인 체육시설임을 명확히 하고, 평창 패럴림픽 기간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마스코트를 활용해 시설의 인지도를 제고하기 위함입니다.

문체부는 앞으로 개소별로 30~40억 원의 국비를 지원하며 지자체와 건립비용을 매칭해 사업을 추진하고, 체육관형(약 80개소, 30억), 수영장형(약 40개소, 40억), 종목특화형(약 30개소, 30억)을 지자체 수요에 맞게 건립할 예정입니다.

해당 시설은 장애인이 우선 이용(지자체 조례 등을 통해 장애인 우선 이용을 명시하도록 유도)하되 비장애인도 함께 이용하는 통합시설이 될 것이며, 문체부 내의 문화예술 사업과 연계해 복합 문화체육시설로 기능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입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통합체육 확대 방안은.

“장애인 스포츠는 크게 3단계의 과정을 거쳐 왔습니다. 초기단계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separation) 수용하는 방법을 취하며 체육활동이 진행됐고, 이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교감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 반은 통합하고 반은 분리하는(integration)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통합(inclusion)체육이라고 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을 없애는 방향으로 장애인 스포츠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통합체육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체육활동을 통해 상호 이해를 증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이에 문체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통합시설을 구축하고, 교육부와의 협업을 통해 통합체육 연구·선도학교 지정을 새롭게 추진해볼 예정입니다. 통합체육 프로그램을 확대해 더 많은 학생들이 통합체육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더불어 통합체육 교사들의 연수를 내실화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정책 수립 소감과 함께 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1988 서울패럴림픽으로 인해 장애인 체육의 기반이 구축되고 장애인 전문체육이 발전할 수 있었다면,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을 통해서는 더 나아가 장애인 체육의 질적 발전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패럴림픽 유산을 창출하고자 합니다. 이번 정책으로 장애인이 생활하는 반경 내 기초 시설에서 생활체육을 할 수 있는 터전이 만들어졌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를 기점으로 해서 장애인 체육의 질적 발전이 가속화되길 바랍니다.

전국을 돌며 청책포럼을 진행할 당시, 정부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얘기하시는 분들이 꽤 많았습니다. 괜한 시간 낭비 아니냐, 형식적인 자리가 아니냐는 등 정부 정책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말들이 꽤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난 8월 14일 대국민 보고회에서 장애인 생활체육 정책이 발표되고 난 후, 청책포럼 당시 꽤 비판적으로 얘기하셨던 모 체육회 사무국장이 문체부로 전화해, 생각보다 정책이 정교하게 잘 만들어진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합니다.

문체부는 앞으로도 현장의 장애인들에게 귀를 기울여, 장애인들에게 더 좋은 체육 환경이 제공될 수 있도록 보완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체육협력관은.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과를 수료하고 미국 SVA(School of Visual Arts)와 영국 SOAS(The 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 University of London 등에서 수학했다. 37회 행정고시 합격 후 문체부 기획조정실, 예술진흥과, 차관실을 거쳐 정책홍보관리실 홍보관리관 정책홍보팀장, 문화콘텐츠산업실 컨텐츠기술인력과장, 체육국 체육정책과장,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수석비서관 기획비서관 행정관, 대한민국예술원 사무국장을 역임했으며 문체부 체육협력관으로 재임 중이다.

대담 / 고경희 취재팀장·황정윤 기자 newsone@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