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국내 최대 성혈 유적, 하동 옥종면 대곡리 구암대서 확인

국내 최대 성혈 유적, 하동 옥종면 대곡리 구암대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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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풍화 아닌 인위적 타공”… 청동기 시대 의례유적 학술 가치 주목

[하동]이명이 기자 lmy@newsone.co.kr

경남 하동군 옥종면 대곡리 구암대 일원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성혈(性穴) 바위군이 확인됐다. 성혈은 바위에 뚫린 작은 구멍으로, 전국적으로 청동기 시대 지석묘 등 의례유적에서 주로 발견된다.

하동문화원이 지난 2022년 처음 구암대 성혈을 발견한 뒤, 하동군은 경상국립대학교 박물관과 협력해 유적 확인에 나섰고, 2023년에는 경남연구원에 기초조사를 의뢰했다. 이어 지난해 정밀지표조사를 실시하고 보호책을 설치하는 등 보존 관리에 힘써왔다.

조사 결과, 구암대 암각화 6개 바위에서만 1,000개가 넘는 암혈이 확인됐으며, 윷바위 암각화에서는 윷판 형태와 함께 13개 이상의 성혈이, 모선재 암각화에서는 222개 이상의 성혈이 새겨져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구암대는 단일 바위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성혈 유적으로 평가된다.

이번 조사는 옥종면을 넘어 악양면, 횡천면, 금성면, 양보면 등지에서도 44개소의 유사 유적 분포가 확인되면서 학술적 의미가 더욱 커졌다.

지난 8월 현장 자문에 참여한 신재열 경상국립대 교수는 “구암대 일대 성혈 상당수에서 인위적 타공과 연마 흔적이 뚜렷하다”며 “자연풍화로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성혈 제작 과정에서 바위의 자연적인 홈이나 작은 구멍을 활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동군은 오는 11월 학술발표회를 열어 성혈의 역사·문화유산적 가치뿐 아니라 지질학적 의미까지 종합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또한 대곡리 암각화군을 중심으로 옥산서원, 조지서 묘비, 고성산성, 북방리 지석묘 등과 연계한 역사문화관광 코스를 개발해 교육과 체험, 지역축제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