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 불화·불상·문집·과학유산 등 4건 문화재 보물 지정 예고
[유산청]이명이 기자 lmy@newsone.co.kr
국가유산청(청장 허민)은 13일, 고려시대 국난 극복의 염원을 담아 제작된 「고려 오백나한도」를 비롯해 「세종 비암사 소조아미타여래좌상」, 「유항선생시집」, 「휴대용 앙부일구」 등 4건을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밝혔다.
가장 주목받는 「고려 오백나한도」는 13세기 몽고의 침입 시기에 불교의 힘으로 국난을 극복하고자 제작된 오백나한도 500폭 중 하나로, 2016년 보물로 지정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본과 함께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정 예고 대상은 제329원상주존자를 묘사한 작품으로, 강인한 표정과 역동적인 자세, 섬세한 필선과 농담 표현이 돋보인다. 특히 1235년 제작 연대와 발원자, 시주자 등이 기록된 화기(畫記)가 남아 있어 고려 불화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함께 지정 예고된 「세종 비암사 소조아미타여래좌상」은 16세기 중엽으로 추정되는 조선 전기 불상으로, 나무로 윤곽을 잡고 소량의 흙으로 세부를 완성한 독특한 제작 방식이 특징이다. 높은 육계와 장대한 상체, 활달한 선묘 등 조형적 완성도가 높으며, 희소성과 과학적 분석을 통해 조선 불교조각사 연구에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문헌유산으로는 고려 말 문신 한수(韓修)의 시문집 『유항선생시집』이 보물 지정 예고됐다. 1400년 금산에서 초간된 목판본으로, 권근의 서문, 이색의 묘지명, 우왕의 교서 등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 한수의 생애와 사상을 이해할 수 있는 자료다. 이후 간행된 모든 판본의 저본으로서 판식과 서체 등에서 문집 간행의 과도기적 특징을 보여주며, 국내외에 단 3책만 전하는 희귀본이다.
과학유산으로는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휴대용 앙부일구」가 지정 예고됐다. 1908년 진주강씨 가문 강문수가 제작한 이 해시계는 반구형 표면에 절기선과 시각선을 정밀하게 새기고, 백동 영침에 은도금을 입힌 정교한 제작 기법이 돋보인다. 나침반을 부착해 방향을 맞춘 후 시간을 측정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조선 말기 과학기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물로 평가된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지정 예고 대상에 대해 30일간의 의견 수렴과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관계자는 “우리 문화유산의 숨겨진 가치를 재조명하고, 보다 합리적인 지정제도 정착을 위해 적극행정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