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신밟기서 시작된 공동체 농악…전승과 활용으로 살아 있는 문화유산
이명이 기자 lmy@newsone.co.kr
함안군을 대표하는 무형문화유산인 ‘함안화천농악’이 지역 공동체의 삶과 함께 이어져 온 전통 농악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의 농악은 202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며 국제적인 가치를 인정받았다. 농악은 공동체의 안녕과 화합, 풍년을 기원하며 연행되는 종합예술로, 노동과 의례, 놀이가 어우러진 지역 문화의 정수를 담고 있다. 현재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농악은 진주삼천포농악과 평택농악, 이리농악, 강릉농악, 임실필봉농악, 남원농악, 김천금릉빗내농악 등이 있으며, 각 지역에서는 고유의 농악이 지방 무형문화유산으로 전승되고 있다. 함안군에는 경상남도 무형문화유산인 함안화천농악이 그 맥을 잇고 있다.
함안화천농악은 정월 초삼일 마을을 돌며 한 해의 액운을 막고 풍년을 기원하는 지신밟기에서 뿌리를 두고 있다. 칠북면 화천마을을 중심으로 이어져 온 이 농악은 집집마다 농악대가 들어서며 마을의 평안과 안녕을 비는 공동체 의례로 자리 잡아 왔다. 마을 사람들은 지신밟기와 함께 당산나무에 동제를 지내며 공동체 질서를 다져왔고, 이러한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함안화천농악의 가장 큰 특징은 ‘쇠’ 또는 ‘매구’로 불리는 꽹과리 연주다. 화려하면서도 정갈한 쇠가락이 돋보이며, 현재까지 전승되고 있는 긴 쇠채는 초대 상쇠였던 박동욱 선생이 사용하던 것이다. 진서발상모라 불리는 독특한 상모 역시 다른 지역 농악과 구별되는 요소로, 강한 바람 속에서도 큰 원을 그리며 역동적인 연출이 가능하다.
이 농악은 1963년 제4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전국에 이름을 알렸고, 1991년 12월 23일 경상남도 무형문화유산 제13호로 지정됐다. 현재 예능보유자는 배병호와 박철 씨이며, 2026년 기준 보존회 회원 수는 92명이다.
함안화천농악보존회는 보존에 그치지 않고 활용을 통한 전승에 주력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공모사업에 선정돼 ‘생생 국가유산’ 프로그램인 ‘함안 생생마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야간 문화유산 프로그램인 ‘함안 문화유산 야행’, 전수교육관을 활용한 캠핑형 공연 프로그램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농악을 일상 속에서 접할 기회를 넓히고 있다.
전수교육관은 함안화천농악 전승과 교육의 중심 공간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전승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보존회는 건립된 지 30년이 넘은 전수교육관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교육과 활용을 아우르는 공간으로 도약하기 위한 방안도 군과 함께 논의하고 있다.
함안화천농악 지신밟기는 “남의 눈에 꽃이 되고, 말소리마다 향내 나소”라는 덕담으로 마무리된다. 공동체의 평안과 서로를 향한 바람이 담긴 이 농악은 오늘날에도 지역의 정체성과 삶을 잇는 살아 있는 문화유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