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 함평 예덕리 고분군, 국가지정 사적 지정 예고

함평 예덕리 고분군, 국가지정 사적 지정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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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한 사다리꼴 고분과 생활 유구 공존…영산강 유역 묘제 변천 한눈에

이소미 기자 lsm@newsone.so.kr

전남 함평군 고막원천 상류 야트막한 구릉지. 잡목 사이로 드러난 흙무더기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이어져 있다. 겉으로는 평범한 구릉처럼 보이지만, 발굴이 이뤄진 자리마다 마한의 장례 문화와 생활 흔적이 층층이 모습을 드러냈다.

국가유산청은 25일 전라남도 함평군에 위치한 ‘함평 예덕리 고분군’을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으로 지정 예고했다고 밝혔다. 30일간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지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만가촌 고분군’으로도 불려온 이 유적은 3세기 후반부터 5세기 전반까지 조성된 마한의 대표적 고분군이다. 1994년 시작된 발굴조사에서 사다리꼴 형태의 제형분 14기를 비롯해 다양한 매장시설과 생활 유구, 다량의 출토 유물이 확인됐다.

특히 고분의 확장 방식이 눈길을 끈다. 기존 무덤 옆에 새 무덤을 덧붙이는 수평 확장과, 기존 분구 위에 다시 무덤을 조성하는 수직 확장이 함께 나타난다. 영산강 유역 대형 고분에서 보이는 특징이 이곳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는 평가다. 한 분구 안에 여러 기의 매장시설을 두는 다장 장법 역시 확인돼, 마한 장례 문화의 복합적인 양상을 보여준다.

고분군 주변에서는 주거지 7기, 토기가마 2기, 경작지 2기, 도랑 형태의 구상유구 4기 등 생활 유적도 함께 발굴됐다. 단순한 묘역이 아니라, 피장자와 그 공동체의 생활 공간이 맞닿아 있던 복합 유산임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이 가운데 9기의 이형토갱은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나무기둥을 세웠던 흔적으로 추정되는 특이한 형태의 구덩이로, 피장자를 기리거나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례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시 마한 사람들의 사후 세계관과 신앙을 엿볼 수 있는 단서다.

출토 유물도 다양하다. 소환옥과 곡옥, 수정옥 등 옥류와 철도끼, 소형 괭이 같은 철기류, 옹기와 토기 조각이 다수 확인됐다. 매장시설은 초기 목관묘에서 시작해 대형 옹관묘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특히 이곳에서 출토된 옹관은 비교적 이른 시기의 특징을 지녀 마한 옹관 문화의 기원을 밝히는 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고막원천 일대에서 확인된 마한 고분 가운데 규모와 수량 면에서 두드러지고, 조성 시기 또한 이른 편에 속하는 점도 학술적 가치를 높이는 요소다. 다양한 형태의 고분이 한곳에 밀집해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 있어 마한 사회의 정치·경제·장례 문화를 종합적으로 살필 수 있는 유적으로 꼽힌다.

국가유산청은 예고 기간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사적 지정 여부를 확정할 계획이다. 현장에 남은 흙과 돌, 그리고 그 아래 묻힌 시간의 층위가 이제 국가 차원의 보호 체계 안으로 들어설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