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8억 원 매매계약 추진, 4월 15일 인수와 동시에 시 직영 체제 전환
이명이 기자 lmy@newsone.co.kr
부산에 공립동물원 시대가 열린다. 6년 넘게 이어진 법적 분쟁의 마침표와 함께, 민간 운영 체제로 남아 있던 초읍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이 부산시 품으로 돌아온다.
25일 부산시에 따르면 박형준 시장은 이날 초읍 어린이대공원 동물원 공립 전환 계획을 공식화했다. 현장에서 만난 시 관계자들은 “더는 운영 불안을 반복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섰다”며 “동물 복지와 공공성 회복이 이번 결정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진구 초읍동 어린이대공원 안에 자리한 이 동물원은 부산에서 유일한 동물원이다. 그러나 지난 6년간 소송과 운영 갈등이 이어지면서 존폐와 운영 정상화를 둘러싼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시는 이를 근본적으로 정리하고 공공 책임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시는 오는 4월 15일 약 478억 2천5백만 원 규모의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동시에 운영권을 넘겨받는다. 올해 제1회 추가경정예산에 계약금과 운영비 등 75억 원을 반영해 인수 직후부터 시 직영 체제로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시의회와의 협의도 병행한다.
이날 발표에서 시가 제시한 공립동물원의 새 비전은 ‘생명을 존중하는 동물원’이다. 시는 기존 숲 지형을 최대한 살려 ‘자연 서식지형 숲 동물원’으로 단계적 재구성에 나선다. 노후 동물사를 순차적으로 개선하고, 동물의 행동 특성과 군집 습성을 반영해 서식 공간을 재배치한다는 구상이다.
현장을 찾은 한 관계자는 “철창과 콘크리트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숲과 어우러진 공간으로 바꿔 나갈 것”이라며 “사람이 구경하는 공간이 아니라, 동물이 본래 습성에 가깝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교육 기능도 강화된다. 숲 해설 프로그램과 생태 체험형 콘텐츠, 어린이 대상 동물복지 교육을 도입해 2027년 정식 개장 전 시범 운영을 거칠 예정이다. 시는 이 공간을 단순 관람 시설이 아니라 ‘배움과 회복의 숲’으로 재편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하나의 축은 거점 동물원 지정이다. 시는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영남권 거점 동물원 지정을 추진한다. 현재 거점 동물원으로는 청주동물원과 우치동물원 두 곳만 지정돼 있다. 지정이 이뤄지면 국비 지원과 함께 권역 내 동물원·수족관을 지원하는 중심 기관 역할을 맡게 된다.
시는 질병 관리와 검역 체계 구축, 긴급 보호 동물 수용, 종 보전·증식 프로그램 운영까지 역할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동물 교류 체계도 정비한다. 서울어린이대공원 내 능동동물원과의 교류도 협의 중이며, 구체적인 규모는 현 동물 수용 여건을 점검한 뒤 확정한다.
운영 매뉴얼을 표준화하고 수의·사육 전문 인력을 단계적으로 확충하는 방안도 병행한다. 지난 2월에는 ‘동물원 정상화 및 운영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착수해 중장기 로드맵 마련에 들어갔다. 결과는 오는 10월 공개될 예정이다.
박형준 시장은 “이번 공립동물원 출범은 단순한 소송 종결이 아니라, 시민 불편을 해소하고 다음 세대를 위해 동물원을 온전히 시민에게 돌려드리는 전환점”이라며 “법원 조정안 수용은 사회적 비용과 행정 공백을 최소화하고 공공 책임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4월 15일 계약과 동시에 운영권을 넘겨받아 단 하루의 공백도 없이 시가 직접 관리하겠다”며 “불안정한 민간 구조를 끝내고 투명하고 책임 있는 공공 운영으로 시민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2027년 완전 개장을 목표로 재편에 들어가는 부산 공립동물원. 숲 사이로 들려오는 동물 울음소리가, 갈등의 시간을 넘어 새로운 출발을 알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