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 박지원 ‘열하일기’ 초고본, 보물 됐다

박지원 ‘열하일기’ 초고본, 보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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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 조선 후기 기록·불화·불상 등 4건 지정…“학술·미술사 가치 높아”

전두용 기자 jdy@newsone.co.kr

서울 용산구에 있는 국가유산청 청사 발표실. 27일 오전, 조선 후기 대표적 연행록인 「박지원 열하일기 초고본 일괄」이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학계의 관심이 쏠렸다. 현장에는 문화재 관계자와 박물관 측 인사들이 자리해 지정 배경과 의미를 설명했다.

이번에 보물로 이름을 올린 유물은 모두 4건이다. 단국대학교석주선기념박물관이 소장한 「박지원 열하일기 초고본 일괄」을 비롯해 「가평 현등사 아미타여래설법도」, 「임실 진구사지 석조비로자나불좌상」, 「양산 신흥사 석조석가여래삼존좌상 및 복장유물」이 포함됐다.

「박지원 열하일기 초고본 일괄」은 조선 후기 실학자 박지원(1737~1805)이 청나라 북경과 열하를 다녀온 뒤 집필한 『열하일기』의 초기 원고 계열 자료다. 현재 전하는 다양한 필사본의 근간이 된 저본 성격의 자료로 평가된다.

단국대학교석주선기념박물관에 전하는 열하일기 초고본은 총 10종 20책이지만,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것은 이 가운데 친필 고본으로 판단되는 4종 8책이다. ‘연행음청’ 건·곤 2책, ‘연행음청록’ 4·‘연행음청기’ 3, ‘열하일기’ 원·형·이·정 4책, ‘열하피서록’ 1책 등이다. 일부에는 정본에 없는 서학 관련 용어와 새로운 내용이 포함돼 있어, 저술이 수정·보완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자료로 꼽힌다.

현장에서 자료 사진이 공개되자, 빼곡한 행간과 교정 흔적이 눈에 띄었다. 먹빛이 옅어진 종이 위에 남은 글씨는 저자와 후손, 문인들의 손을 거치며 다듬어진 흔적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었다. 관계자는 “조선 후기 지식인의 사유 확장과 대외 인식을 읽을 수 있는 핵심 자료”라고 설명했다.

불교 미술 분야에서도 3건이 함께 보물로 지정됐다. 「가평 현등사 아미타여래설법도」는 1759년 제작 연대와 제작자 오관 등의 이름, 봉안처가 화기를 통해 분명히 확인되는 작품이다. 비단 바탕에 채색으로 극락에서 설법하는 아미타여래와 40여 존상을 안정적으로 배치해 18세기 경기 지역 불화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실 진구사지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은 광배 일부와 손목이 결실됐지만 불신과 대좌가 온전히 남아 있다. 양식과 조형 수법으로 미루어 통일신라 9세기 후반 작품으로 추정된다. 전라 지역에서 드문 비로자나불 좌상 사례로, 지역적 전파 양상을 보여주는 실물 자료라는 점이 강조됐다.

「양산 신흥사 석조석가여래삼존좌상 및 복장유물」은 1682년 수조각승 승호 등이 제작해 신흥사에 봉안한 삼존불이다. 우협시 보살상에서 발견된 발원문을 통해 ‘영산회 삼존’으로 조성됐음이 확인됐다. 후령통 등 복장 유물도 함께 남아 있어 17세기 후반 불상 조성과 복장 의식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국가유산청은 이번에 지정된 4건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와 소유 기관, 관리자와 협력해 체계적인 보존·활용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관계자는 “기록유산과 불교미술을 아우르는 이번 지정은 조선 후기 사상과 예술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