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국가도시공원 논단의 내용은, 2026년 6월 (사)한국ESG학회에 영문으로 게재된 소논문 바탕으로 [국가도시공원뉴스]의 저널형식으로 요약하였다. 즉, 이 글은 필자의 논문 「지역 환경 시민단체와 중소기업 ESG 협업의 시계열적 변화과정 : 부산 국가도시공원 파트너즈 사례(2021~2026)」를 독자를 위해 요약·재구성한 것이다.
글, 양건석 (동아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사)100만평공원 사무처장)
부산 낙동강하구, 을숙도와 맥도 일대에 국가도시공원을 만들자는 시민들의 바람이 시작된 지 어느덧 25년이 되어 간다. 그 오랜 여정 곁에는 나무 한 그루를 함께 심고, 골목길에 작은 쉼터를 함께 만들어 온 지역 중소기업들이 있었다. 필자는 이 협력의 통로인 ‘국가도시공원 파트너즈’ 제도가 지난 6년간 남긴 정기총회 자료집을 한 장씩 읽으며, 지역 중소기업의 ESG가 시민단체와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자라 왔는지를 추적했다. 그 기록을 이 지면에 간추려 소개한다.

ESG, 대기업만의 언어였을까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2004년 유엔 글로벌콤팩트 보고서 「Who Cares Wins」에서 처음 공식적으로 쓰인 이래, 이제 기업 경영과 투자를 가늠하는 핵심 잣대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국내에서 ESG 실천은 대체로 대기업의 몫이었다. 전담 조직을 두고 공시 체계를 갖추기 어려운 중소기업에게 ESG는 여전히 높은 문턱이다. 이런 중소기업이 ESG에 다가서는 현실적인 통로 가운데 하나가 지역의 환경·공익 시민단체와의 협업이다. 시민단체는 지역사회의 의제를 발굴하고 시민 참여를 조직해 온 오랜 경험을 갖고 있어, 기업이 갖추기 어려운 전문성과 네트워크, 그리고 사회적 신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파트너가 된다.
국가도시공원, 환경과 사회가 만나는 자리
필자가 주목한 무대는 도시공원이다. 도시공원은 탄소 흡수와 생물다양성 같은 환경(E) 가치와, 휴식·교육·공동체 활동 같은 사회(S) 가치가 한 공간에서 함께 실현되는 흔치 않은 공공재다. 2016년 개정된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은 ‘국가도시공원’ 제도를 신설해 이러한 가치에 법적 지위를 부여했다. 부산에서는 1999년 시민들의 자발적 제안으로 시작된 국가도시공원 조성 운동이 2001년 (사)100만평문화공원조성범시민협의회(이하 협의회) 창립으로 이어지며 어느덧 25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그 사이 100만 명 서명운동이 마무리되었고, 낙동강하구 을숙도·맥도 일대를 제1호 국가도시공원으로 만들자는 목표 아래 ‘국가도시공원 파트너즈’라는 기업회원 제도가 운영되어 왔다. 이 제도야말로 지역 중소기업과 환경 시민단체의 ESG 협업을 오랜 시간에 걸쳐 들여다볼 수 있는 드문 사례다.

6년 치 총회 자료집을 한 줄씩 읽다
필자는 협의회가 해마다 펴낸 정기총회 자료집 6년 치(2021~2026년)를 1차 자료로 삼아, 참여 기업과 협업의 특징이 시간이 흐르며 어떻게 달라졌는지 추적했다. 자료집에는 전년도 사업보고, 결산, 당해 연도 사업계획, 파트너즈 현판식·협약 기록이 해마다 담겨 있다. 이를 참여 주체, 협력 형태, 자원 동원, 거버넌스, 지속성·제도화라는 다섯 가지 분석 틀에 따라 연도별로 정리하고, ESG 세 영역 및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연결해 살펴보았다.
숫자로 보는 변화, 14개사에서 22개사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참여 기업 수다. 파트너즈 명단을 기준으로 회원사는 2023년 14개사에서 2024년 17개사, 2025년 22개사로 늘었고 2026년에도 22개사를 유지했다. 개인 후원인인 ‘풀씨회원’도 188명에서 236명으로 늘었다. 다만 2025년과 2026년의 총 회원사 수가 같다고 해서 명단이 그대로 머물러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같은 기간 한부산업·유명목재·한솔피앤비 등이 새로 이름을 올린 반면, 미래테크·에코샌드·부산기획 등은 명단에서 빠졌다. 겉으로 드러난 숫자 아래에서 회원사가 끊임없이 들고 나며 신진대사를 이어 온 셈이다. 업종별로는 조경·환경 분야와 부산의 산업 기반을 반영한 제조업의 비중이 컸고, 강서구에 본사를 둔 코스닥 상장기업 리노공업㈜처럼 대표가 직접 국가도시공원 범시민추진본부의 자문위원을 맡으며 관계를 한층 깊이 다져 간 사례도 있었다.

그림 2. 자료: 협의회 정기총회 자료집(2021~2026).
| 구분 | 2023 | 2024 | 2025 | 2026 |
| 파트너즈 회원사(개사) | 14 | 17 | 22 | 22 |
| 연도별 확대 목표(개사) | – | 20 | 30 | 35 |
| 풀씨회원(명) | 188 | 204 | 204 | 236 |
표. 연도별 파트너즈 회원사·후원 추이 (자료: 협의회 정기총회 자료집 2021~2026을 바탕으로 필자 정리)

후원에서 협업으로, 참여의 결이 달라지다
협력의 형태도 단순한 기부에서 한 걸음씩 나아갔다. 초기에는 파트너즈 기금과 각종 후원금 중심의 ‘기금 후원’이 주를 이루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나무심기·쌈지공원 조성 현장에 기업과 대학, 자원봉사자가 함께 손을 보태는 ‘인적 참여’, 그리고 역할을 나눈 협약을 맺고 사업을 함께 여는 ‘공동주최’로 넓어졌다. 사하구 당리동의 골목길 쉼터정원(쌈지공원) 조성 사업에 참여한 ㈜수림디앤씨가 대표적이다. 재정 규모도 뚜렷하게 커졌다. 결산 자료에 따르면 후원금은 2020년 약 2,665만 원에서 2022년 약 3,405만 원, 2024년 약 6,273만 원, 2025년 약 6,473만 원으로 5년 사이 두 배 넘게 늘었다. 협의회 전체 수입 역시 같은 기간 약 4,708만 원에서 약 8,626만 원으로 커졌다. 창립기념사업 협찬금도 20주년의 약 1,000만 원에서 25주년의 약 1,500만 원으로 늘었고, 탄소저감사업을 위한 별도 후원금도 새로 마련되었다.

흩어진 손길을 하나로 묶는 거버넌스
협업이 오래 지속되려면 결국 여러 주체를 엮어내는 구조가 필요하다. 당리동 쌈지공원 사업은 협의회와 동아대학교 조경학과, ㈜수림디앤씨가 함께 사업을 열고, 사하구청과 사하구의회가 행정을 뒷받침했으며, 완공 이후에는 당리동새마을부녀회가 돌봄을 맡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시민단체·기업·대학·행정·주민조직이 각자의 역할로 참여하는 전형적인 민·관·산·학 협력 구조다. 2024년에는 산·관·학·시민이 함께하는 ‘낙동강하구 국가도시공원 범시민추진본부’가 출범하며 협력의 틀이 한층 넓어졌고, 한부산업과 한국자유총연맹 사하구지회 등과 새로운 협약도 이어졌다. 2025~2026년 사업계획에는 ‘좋은 기업(SDGs 실현기업)의 사회적 가치 실현’이 별도 과제로 담겼다. 파트너 기업들의 사회적 역할과 성과를 함께 짚어보는 토론회·세미나를 열겠다는 계획으로, 기업의 참여를 사회적 가치 평가와 연결하려는 지향을 보여준다.
파트너즈가 보여주는 것
6년의 기록을 하나로 이으면, 부산 낙동강하구 국가도시공원 파트너즈의 협업은 한자리에 머물지 않고 단계를 밟아 왔음이 드러난다. 제도의 틀을 다진 형성기(2021~2022년), 회원사와 후원이 빠르게 늘어난 확장기(2023~2024년), 공동사업·협약과 사회적 가치 평가로 나아간 심화·제도화기(2025~2026년)다. 대기업 중심의 정형화된 ESG 전략과 달리, 이 사례는 자원이 넉넉지 않은 지역 중소기업이 신뢰할 수 있는 시민단체를 통해 ESG에 다가서고, 관계를 시간을 두고 두텁게 키워 가는 지역 밀착형 경로를 보여준다. 물론 ‘좋은 기업’을 함께 평가하려는 시도는 신중히 다뤄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평가 기준이 객관적이지 않으면 자기 홍보나 그린워싱으로 흐를 수 있고, 후원 규모만으로 사회적 가치를 재단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사례는 지방정부의 매칭 지원과 민관협력이 지역 중소기업 ESG의 든든한 지렛대가 될 수 있음을, 그리고 국가도시공원 같은 환경 자산이 그 협력의 좋은 무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작은 나무 한 그루를 함께 심는 손길에서 시작된 인연은, 6년이 지난 지금 협약서와 공동사업으로 자라났다. 부산 낙동강하구 국가도시공원이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동안, 그 곁을 지켜 온 지역 기업들의 이야기도 계속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