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하구 국가도시공원이 열어갈 생태관광의 청사진
올해 7월에 부산은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 총회를 개최하였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에 낙동강하구는 국내 제1호 국가도시공원 지정을 준비하고 있다. 두 사건이 한 도시에서 겹치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낙동강하구라는 공간이 그만큼 도시의 생활공원이면서 동시에 세계적 자연유산이라는 이중의 지위를 지녔음을 말해 준다. 2024년 마무리된 「낙동강하구 국가도시공원 기본구상」은 이 이중성을 하나의 공원 안에 담아내려는 첫 시도였다. 이 글은 그 기본구상을 바탕으로, 국가도시공원이 지정되었을 때 이곳의 생태관광이 어떻게 확장되고 운영될 수 있는지를 그려 보려 한다.
글 양건석 동아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을숙도 30만에서 800만으로 ― 그러나 숫자가 전부는 아니다
기본구상은 인상적인 숫자 하나를 제시한다. 현재 을숙도·맥도 일원을 찾는 방문객은 연 100만 명 안팎이지만, 국가도시공원으로 지정·정비될 경우 연 800만 명 수준까지, 약 8배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을숙도만 놓고 보면 지금도 연 30만 명이 찾는 도심 속 자연이다. 부산 시민의 약 60%가 20분 이내 거리에 살고 있으니, 잠재력은 이미 우리 곁에 있다.
그러나 방문객 숫자는 목표가 아니라 결과여야 한다. 순천만과 태화강이 성공한 이유는 방문객을 억지로 끌어모아서가 아니라, 「무엇을 보러 가는 곳인지」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낙동강하구에도 그런 대표 얼굴이 필요하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이미 세계적 자산이 있다. 큰고니가 내려앉는 겨울 습지, 하굿둑 개방으로 돌아온 연어와 장어, 매년 겨울 다대포 해변에 솟아오르는 「작은 사하라」 사구가 그것이다. 국가도시공원의 과제는 이 자산들을 흩어진 구슬이 아니라 하나의 목걸이로 꿰는 일이다.

세 개의 기둥이 하나의 지붕을 떠받친다
낙동강하구의 생태관광을 떠받치는 힘은 크게 세 갈래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이 세 갈래는 서로 경쟁하는 선택지가 아니라, 한 지붕을 함께 떠받치는 세 개의 기둥에 가깝다. 어느 하나가 무너지면 나머지도 서지 못한다.
첫 번째 기둥은 생태의 회복이다. 2022년 하굿둑이 상시 개방되면서 기수역이 되살아났고, 강물과 바닷물이 다시 섞이는 물길을 따라 연어와 장어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큰고니가 내려앉는 습지를 복원하고, 개발로 훼손된 자리에는 대체서식지를 조성하며, 하구 전체를 핵심보전·완충·이용의 세 구역으로 나누어 관리하는 일 ― 이 모든 것이 생태관광의 밑바탕이다. 볼 것이 살아 있어야 보러 오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회복된 자연이 없다면 나머지 두 기둥은 설 자리조차 없다.
두 번째 기둥은 시민의 일상이다. 낙동강하구는 멀리 있는 관광지가 아니라 부산 시민이 주말마다 찾는 생활공원이어야 한다. 2029년 도시철도 하단~녹산선이 개통되면 을숙도는 도심에서 20분 거리로 가까워진다. 정거장에서 주요 시설을 잇는 무장애 보행축과 순환 전기셔틀을 놓으면, 유아차를 끌든 휠체어를 타든 누구나 하구를 종일 누빌 수 있다. 봄의 벚꽃과 유채, 여름의 카약, 가을의 갈대와 연꽃, 겨울의 낙조와 철새로 이어지는 사계절 프로그램이 시민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시민은 구경꾼이 아니라, 하구를 함께 가꾸는 관리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세 번째 기둥은 세계의 브랜드다. 낙동강하구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EAAFP)의 핵심 기착지로서, 이미 세계 지도 위에 표시된 곳이다. 여기에 람사르습지 등록과 세계자연유산 등재라는 국제적 「공인」이 더해지면, 낙동강하구는 국내 명소를 넘어 세계가 찾아오는 습지가 된다. 마침 가덕도신공항이 관문 역할을 맡고, 영국의 습지·물새 재단(WWT)이 보여준 습지관광 모델이 우리에게 길을 일러 준다. 잘 지켜낸 자연이야말로 국경을 넘어 통하는 가장 강력한 브랜드다.
이 세 기둥 위에 하나의 공간 골격이 얹힌다. 을숙도를 중심 주거점으로 삼아 일웅도·맥도·맥도그린시티·EDC 복원습지를 하나로 묶고, 화명·대저·삼락·다대포를 부거점으로 잇는 「하나의 하구, 하나의 공원」이 그것이다. 다음 장에서 이 골격을 조금 더 들여다보자.
하나의 하구, 하나의 공원 ― 을숙도를 넘어서는 공간 골격
기본구상이 정한 국가도시공원의 직접 범위는 을숙도(약 352만㎡)와 맥도생태공원(약 258만㎡)을 합한 약 610만㎡다. 곧, 을숙도와 맥도는 이미 하나의 공원이다. 여기에 카약과 숲·늪 체험이 가능한 일웅도, 2028년 조성되는 맥도그린시티, 그리고 2030년경 부산시로 넘어올 에코델타시티(EDC) 훼손지 복원습지를 잇대면, 낙동강 본류 서편에 약 1,150만㎡에 이르는 거대한 생태관광 주거점이 완성된다.
이 주거점을 중심에 두고, 화명의 메타세쿼이아길, 대저의 벚꽃과 대나무숲, 삼락의 엄궁습지 카약, 그리고 다대포의 낙조를 부거점으로 연결하면 「하나의 하구, 하나의 공원」이라는 그림이 그려진다. 방문객은 을숙도에서 하구 전체를 이해하고, 관심과 계절에 따라 각 부거점으로 흩어진다. 을숙도가 관문이자 거실이라면, 부거점들은 저마다 성격이 다른 방(房)인 셈이다.
이 골격을 실제로 작동시키는 것은 연결이다. 2029년 개통을 목표로 하는 도시철도 하단~녹산선은 을숙도를 도심에서 20분 거리로 끌어당긴다. 정거장을 중심으로 국립자연유산원·에코센터·현대미술관을 잇는 무장애 보행축을 놓고, 순환 전기셔틀과 전기 페리를 더하면, 자가용 없이도 하구를 종일 누빌 수 있다. 특히 기본구상이 제안한 하굿둑·을숙대교 하부를 활용한 보행교, 그리고 맥도와 EDC 복원습지를 잇는 새 보행교는 자동차로 크게 우회해야 했던 물길과 도로를 도보로 건너게 하는 결정적 한 수가 된다.
확장되는 것은 시설이 아니라 ‘경험의 밀도‘
국가도시공원이 지정되면 무엇이 새로 생기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답은 역설적이다. 정작 확장되어야 할 것은 콘크리트가 아니라 경험의 밀도다. 을숙도 북단에는 이미 현대미술관·문화회관·체육시설·에코센터가 제각각 흩어져 있다. 이들을 헐고 새로 짓기보다, 파편화된 주차장을 지하로 넣어 지상을 도착광장으로 바꾸고, 기존 건물에 안내·휴식·로컬숍 기능을 심는 편이 훨씬 공원답다. 국가도시공원 지정요건이 요구하는 각종 편의시설도 이 북단 구역에 모아 두면, 을숙도 남단의 갯벌과 맥도의 큰고니 서식처에는 손대지 않고도 법적 요건을 채울 수 있다.
경험의 밀도를 높이는 열쇠는 시간이다. 낙동강하구는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가진다. 겨울에는 큰고니와 다대포 사구가, 봄에는 대저의 벚꽃과 유채가, 여름에는 일웅도의 카약과 삼락의 리틀 아마존이, 가을에는 갈대와 연꽃이 주인공이 된다. 「시민이 편안하게 즐기는 하구」와 「생태계 건강성 유지」는 흔히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시기를 나누면 둘 다 얻을 수 있다. 철새가 찾아오는 11월부터 2월까지는 핵심 습지의 이용을 뒤로 물리되, 그 시기 시민의 발길은 을숙도 북단 시설군과 다대포 낙조로 향하게 한다. 실제로 지난겨울 다대포해수욕장은 한 달 만에 32만 명이 찾았다. 철새를 위해 습지를 비워 두는 계절이, 시민에게는 사구와 낙조를 만나는 계절이 되는 것 ― 이 시간의 배분이야말로 하구형 생태관광의 핵심 운영원리다.
세계가 찾아오는 습지 ― 영국 WWT가 보여준 길
기본구상은 영국의 습지·물새 재단(WWT)이 운영하는 스티어트(Steart) 습지를 눈여겨본다. 을숙도의 약 80% 크기인 이 습지는 농지를 갯벌·염습지로 되돌린 복원지인데, 입장료 없이 연 7만 명이 찾고, 그중 64%가 다시 온다. 방문객의 94%가 「습지가 왜 중요한지 배웠다」고 답한다. 습지를 지키는 일이 곧 교육이 되고, 관광이 되고, 나아가 탄소 저장과 홍수 방어라는 경제적 가치로 되돌아온다. WWT 전체로는 연 100만 명 이상이 습지를 찾는다.
낙동강하구가 WWT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곳이 훨씬 큰 잠재력을 지녔다는 사실이다. 하구의 습지가 해마다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는 약 1만 5천 톤, 부산시 연간 배출량의 2%에 해당한다는 추정이 있다. 여기에 곧 문을 열 가덕도신공항의 관문 입지가 더해지면, 공항에 내린 여행자가 동부산으로 가기 전 서부산 하구에서 반나절을 머무는 「관문형 생태관광」도 결코 공상이 아니다. 다만 그 문을 여는 열쇠는 화려한 시설이 아니라, 람사르습지 등록과 세계자연유산 등재처럼 세계가 알아보는 「공인(公認)」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시민이 주인인 공원, 그리고 남겨진 과제
좋은 습지관광의 공통점은 하나다. 시민이 구경꾼이 아니라 관리의 주체라는 것이다. 낙동강하구가 40년간 개발의 압력을 견디며 오늘의 가치를 지켜 온 것도, 끈질기게 이곳을 지켜 온 시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가도시공원은 그 시민의 힘을 제도 안으로 들이는 그릇이 되어야 한다. 삼락의 시민습지, 반려하구·반려사구 제도, 시민이 직접 수거 데이터를 기록하는 정화활동은 「행정이 짓고 시민이 구경하는 공원」에서 「시민이 가꾸고 행정이 돕는 공원」으로의 전환을 뜻한다.
한 가지 당부를 남기고 싶다. 국가도시공원 지정을 계기로 을숙도에 「공원답게 보이기 위한」 조경이 덧입혀지는 일만은 경계해야 한다. 낙동강하구의 아름다움은 정연한 화단이나 조형물이 아니라, 계절마다 모습을 바꾸는 사주와 갈대, 그리고 겨울마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새들에게서 온다. 가장 잘 지켜낸 자연이 가장 강력한 관광자원이라는 이 역설을, 우리는 청사진의 첫 줄에 새겨 두어야 한다.
보전이 곧 상품이 되는 공원. 을숙도에서 다대포까지, 하나의 하구가 하나의 공원으로 이어지는 그 길 위에서, 부산은 시민의 일상과 세계의 시선을 동시에 얻게 될 것이다. 그 담대한 청사진은, 이미 우리 앞의 갯벌과 새들 속에 그려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