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전나무 숲길부터 발왕산·육백마지기까지…자연·문화·미식 아우르는 가을 여행
표진수 기자 pjs@newsone.co.kr

해발 1500m 고산지대부터 문학의 향기가 깃든 마을, 땅속 동굴까지. 강원 평창의 가을은 단풍 구경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오대산의 붉게 물든 숲길을 걷고, 대관령 목초지에서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한 뒤, 이효석의 문학 무대를 거닐며 메밀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산과 초원, 문화유산과 지역 체험이 어우러져 여행의 폭을 넓힌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이 짙어지는 10월, 평창은 산마다 서로 다른 가을빛을 펼쳐 보인다. 단풍이 물든 숲에서 잠시 쉬어가도 좋고, 케이블카를 타고 백두대간의 능선을 내려다보거나 지역 주민이 준비한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도 좋다. 가을의 풍경을 보는 데서 나아가 평창의 자연과 생활문화를 함께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평창 가을 여행의 첫 코스로는 오대산을 빼놓기 어렵다. 월정사 전나무 숲길은 가파른 산행 부담 없이 숲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선재길에서는 단풍과 숲이 어우러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자연 속 산책에 역사와 문화를 더하고 싶다면 월정사와 상원사를 함께 둘러보자. 월정사에서는 국보 팔각구층석탑을, 상원사에서는 상원사 동종을 비롯한 불교문화유산을 살펴볼 수 있다. 산 아래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과 성보박물관에서는 역사와 불교문화를 더욱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
인근 국립한국자생식물원도 가을 여행지로 제격이다. 고산지대에 자라는 식물과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자연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오대산 일대에서 산책과 문화유산 관람을 마친 뒤에는 오대산먹거리마을에서 산채 음식으로 식사를 즐기는 것도 좋다. 평창에는 오대산뿐 아니라 계방산과 발왕산, 태기산 등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곳도 많다.
대관령 일대에서는 평창의 가을을 더 넓은 시야로 만날 수 있다. 발왕산 관광케이블카를 타고 산 정상으로 오르면 고도에 따라 달라지는 단풍의 색을 감상할 수 있고, 정상 스카이워크에서는 백두대간의 능선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해발 850~1470m에 자리한 대관령 목장들도 가을 풍경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드넓은 목초지가 계절의 색으로 물들고 날씨가 맑으면 백두대간 너머 동해까지 조망할 수 있다. 목장마다 체험 프로그램도 다르다. 삼양라운드힐에서는 사운드워킹과 싱잉볼 명상 등 웰니스 프로그램을, 대관령양떼목장에서는 양 먹이주기를, 대관령하늘목장에서는 트랙터 마차 체험을 즐길 수 있다. 다만 방목은 계절과 날씨에 따라 달라지며 11월부터는 중단되는 만큼 방문 전 운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여행의 마무리는 평창한우와 대관령 황태 요리로 채워도 좋다.
봉평에서는 가을 풍경에 문학의 정취가 더해진다. 이효석의 대표작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된 효석문화마을에는 이효석문학관과 효석달빛언덕이 자리한다. 작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공간으로, 소설 속 배경을 떠올리며 봉평을 둘러보기에 좋다.
조금 더 걸음을 옮기면 창동리 숲을 활용해 조성한 효석문학의 숲이 나온다. 문학과 자연을 결합한 숲길을 걸으며 작품 속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전시 관람과는 또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메밀꽃이 지기 시작하는 계절이라도 인근 무이예술관에서는 작품을 통해 메밀꽃의 정취를 만날 수 있다.
봉평 여행에서 메밀 음식도 빼놓을 수 없다. 봉평시장 일대에서는 메밀국수와 메밀전, 메밀전병 등을 맛볼 수 있다. 메밀을 활용한 커피와 과자, 닭강정 등 다양한 먹거리도 있어 지역의 식문화를 경험하기 좋다.
미탄면 청옥산 육백마지기는 여름철 샤스타데이지 군락으로 알려졌지만 가을에도 색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꽃이 진 자리에 억새와 초원이 어우러지고 풍력발전기가 더해져 계절이 바뀐 고원의 모습을 완성한다. 무장애 나눔길과 작은 교회당, 무지개 의자 등은 풍경을 감상하며 사진을 남기기 좋은 장소다.
인근 웰컴투동막골 영화세트장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2005년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을 위해 조성된 산골마을 세트장은 여러 작품의 촬영지로 활용됐으며, 최근에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노루골 촬영지로 알려지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초가집과 돌담이 주변 산세와 어우러져 산골마을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평창의 지질과 자연을 더 깊이 경험하고 싶다면 백룡동굴과 광천동굴, 평창돌문화체험관, 바위공원 등을 여행 일정에 넣을 수 있다. 평창 치유의 숲과 목재문화체험장에서는 자연 속 휴식과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미탄 일대는 송어로도 유명하다. 평창은 국내 송어 양식의 역사를 지닌 지역인 만큼 현지에서 송어회와 관련 음식을 맛보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다.
평창 여행은 최근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체험형 관광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평창관광두레는 주민들이 지역의 생활문화와 자원을 활용해 만든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와우평창’에서는 지역 플라이피싱 전문가와 함께 낚시를 체험할 수 있고, ‘평창을 빚다’에서는 지역 청년들과 드론으로 여행을 기록하고 도자기 오브제를 만드는 활동을 즐길 수 있다. 자작나무 숲에서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바비큐와 숙박을 경험하는 ‘평창캠프닉’도 마련돼 있다. 예약은 평창관광두레 홈페이지(https://in700.imweb.me)에서 가능하다.
평창DMO도 숙박과 체험을 연계한 체류형 관광상품 ‘평창스테이’를 11월까지 운영한다. 주민 주도형 로컬 체험 프로그램에는 25개 사업체가 참여해 웰니스와 공예, 식음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인다. 자세한 내용은 평창군관광협의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여행 중 지역 농산물과 특산품을 구입하는 것도 평창을 즐기는 방법이다. 고랭지 배추와 무를 비롯해 평창 사과와 감자, 오미자, 진부 양파, 메밀 가공품, 건나물 등이 대표적이다. 평창고랭지김장축제는 11월 4일부터 16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대중교통과 연계한 여행을 원한다면 평창시티투어도 선택지다. 오대산 전나무 숲길과 월정사, 발왕산 케이블카, 올림픽플라자 등을 방문하는 ‘가을힐링투어’가 11월 28일까지 운영된다. 일정과 예약은 평창관광문화재단 홈페이지(https://www.ptcf.kr/home/main) 또는 전화로 확인할 수 있다.
평창의 가을은 단풍에만 머물지 않는다. 산과 초원, 문학과 영화, 지역 먹거리와 주민들의 체험 프로그램까지 여행의 소재가 풍성하다. 하루 동안 한 곳을 둘러보는 데 그치기보다 숙박을 하며 여러 권역을 천천히 여행하면 전날과는 또 다른 평창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과 문화 속에서 가을을 깊이 느끼고 싶다면 평창으로 발걸음을 옮겨볼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