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암리 화석산지 최소 7개 지층서 발자국 확인…국내 유일 보존된 꼬리 끌림 흔적 평가
이명이 기자 lmy@newsone.co.kr

울산 울주군 범서읍 입암리 태화강변이 약 1억 년 전 공룡들이 오가던 호수 가장자리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소 7개 지층에서 공룡발자국이 확인됐으며, 국내에서 유일하게 보존된 공룡 꼬리 끌림 흔적도 발견돼 지질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주목된다.
울산시는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지난 5월부터 6개월간 진행한 ‘울주군 입암리 화석산지 가치규명 학술연구’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는 공달용 교수가 책임연구원을 맡아 진행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입암리 화석산지(울주군 범서읍 입암리 1141-128 일원)에는 중생대 백악기인 약 1억 년 전에 형성된 퇴적층이 분포하며, 최소 7개 층준에서 공룡발자국이 확인됐다. 이는 당시 이 일대가 공룡들의 지속적인 활동 공간이었음을 보여주는 자료다.
퇴적층에서는 공룡발자국 외에도 물결자국과 빗방울 자국, 고토양층, 불규칙한 다각형 균열, 가스 구조 등 다양한 퇴적 흔적이 발견됐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당시 입암리 일대가 우기에는 물에 잠기고 건기에는 일부 지표가 드러나는 호수 가장자리 환경이었던 것으로 해석했다.
일부 다각형 균열과 가스 관련 구조는 퇴적면에 미생물막이 발달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이러한 미생물 활동이 공룡발자국이 양호하게 보존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2012년 처음 확인된 장소 에이(Site A)에서는 대형 조각류 공룡의 사족보행렬이 발견됐다. 발자국은 조각류의 생흔속인 카리리크니움(Caririchnium)에 해당하며, 앞발자국과 뒷발자국이 함께 보존돼 있다. 보행렬 분석을 통해 추정한 공룡의 골반 높이는 약 1.16m, 이동속도는 시속 약 2.3km로 나타났다. 비교적 느린 속도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됐다.
인근 장소 시(Site C)에서는 약 8.2m 길이의 사족보행렬과 함께 보행 흔적 중앙을 따라 이어지는 꼬리 끌림 자국이 확인됐다. 특히 앞발자국이 뒷발자국보다 훨씬 작고 얕게 나타나는 등 일반적인 육상 보행과 다른 특징을 보였다.
연구진은 공룡이 몸 일부가 잠기는 물속을 이동하면서 부력과 무른 지면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행동학적 가설로 제시했다. 발자국뿐 아니라 꼬리 흔적까지 남아 있어 당시 공룡의 이동 방식과 행동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라는 설명이다.
공룡 꼬리 끌림 흔적은 발자국에 비해 드물게 발견되는 행동생흔이다. 지금까지 프랑스와 미국, 중국, 한국 등 9개국에서 50여 건이 보고됐다. 국내에서는 2011년 충북 영동에서 처음 보고됐지만 해당 화석산지는 사면 붕괴로 소실됐다. 이에 따라 입암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공룡 꼬리 끌림 흔적이 보존된 화석산지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에서는 주요 공룡발자국과 보행 흔적을 3차원 스캐닝과 드론 사진측량으로 정밀하게 기록했다. 연구진은 학술성과 대표성, 희소성, 보존성, 교육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암리 화석산지가 높은 지질유산 가치를 지닌다고 판단했다.
공달용 교수는 “입암리 화석산지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여러 층준의 공룡발자국과 보행렬, 희소한 꼬리 끌림 흔적, 다양한 퇴적구조가 하나의 지질학적 맥락 안에 함께 보존돼 있다”며 “백악기 공룡의 행동과 당시 환경, 발자국이 형성되고 보존된 과정을 종합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입암리 화석산지를 울산국가지질공원 예비 지질명소에서 정식 지질명소로 편입하고, 천연기념물 지정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화석층 보호를 위한 관람시설과 안전동선을 마련하고, 전문가 입회 아래 표면을 덮고 있는 퇴적물을 제거해 추가 화석 분포를 확인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아울러 선바위에서 국수천 습곡, 천전리·대곡리, 반구천 암각화로 이어지는 탐방길인 지오트레일을 구축해 주변 지질·문화유산과 연계할 것을 제안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입암리 화석산지는 약 1억 년 전 태화강 일대의 환경과 공룡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중요한 지질유산”이라며 “이번 연구성과를 토대로 체계적인 보존·관리와 국가지질공원 정식 지질명소 편입, 천연기념물 지정 가능성을 차근차근 추진해 시민과 학생들이 백악기 울산을 직접 만나는 배움의 장으로 가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입암리 화석산지는 2012년 국가유산청의 전신인 문화재청이 실시한 ‘한국의 지질다양성-울산지역’ 조사에서 처음 확인됐다. 2025년 울산국가지질공원 인증 신청 당시에는 예비 지질명소로 선정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