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4구역 재개발 세계유산영향평가 필요성 강조…“개발 규제 아닌 합리적 대안 마련 절차”
전두용 기자 newsone@newsone.co.kr

국가유산청이 종묘 주변 세운4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세계유산영향평가 논란과 관련해 세계유산 보존과 도시 발전의 조화를 위해 관계기관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가유산청은 11월 3일 열린 ‘세계유산 보존과 도시의 미래, 공존의 길을 찾다’ 토론회에서 세계유산영향평가(HIA)의 법적 근거와 적용 범위, 평가 절차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된 데 대해 이 같은 입장을 발표했다.
국가유산청은 세계유산영향평가가 개발을 막기 위한 규제가 아니라 유산 보존과 개발사업의 합리적인 공존을 모색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세계유산영향평가 실시 요청 역시 행정 권한 남용이나 이른바 ‘행정갑질’이 아니라 세계유산협약과 세계유산법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현행 세계유산법 제11조의2 제2항에 따르면 세계유산지구 밖에서 추진되는 사업이라도 유산의 특성과 입지 여건 등을 고려할 때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고 인정되면 국가유산청이 세계유산영향평가 실시를 요청할 수 있다.
다만 모든 외부 개발사업에 일률적으로 평가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세계유산별 특성과 개별 사업계획에 따른 영향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세운4구역 재개발사업은 종묘의 조망경관과 역사문화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종묘의 세계유산적 가치는 건축물뿐 아니라 독특한 공간 배치와 자연환경의 조화, 주변 경관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국가유산청은 세운4구역이 세계유산지구 밖에 위치하지만, 국가유산청과 서울시가 합의해 온 기존 건축계획에서 크게 변경된 만큼 주요 조망점의 경관 변화와 유산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전문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드벌룬 등을 활용해 특정 지점에서 건축물 높이를 확인하는 방식만으로는 객관적인 판단이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세계유산영향평가 과정에서 진행되는 현장조사와 분석, 전문가 검토 등은 평가기관이 독립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평가를 실시할 경우 절차가 신속하고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세계유산별 특성과 가치에 맞는 차등적 관리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현재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173개국 1,273건이며, 대한민국에는 17건이 등재돼 있다. 유산마다 등재 가치와 핵심 속성이 다른 만큼 세계유산영향평가의 기본 원칙은 유지하되 구체적인 관리기준은 유산별로 달리 적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국가유산청은 2026년 서울시와 경기도(고양시)의 요청에 따라 등재신청서가 제출된 ‘한양의 수도성곽’을 사례로 들었다. 한양의 수도성곽은 수도 방어체계의 유기적 구성과 자연지형을 활용한 축성기술 등이 핵심 속성이며, 조망경관 자체가 별도로 제시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는 주변 경관과 공간 배치가 중요한 종묘, 자연지형과 능역의 배치 및 자연경관과의 조화가 중요한 조선왕릉과는 관리 기준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와 사업시행자의 행정 부담을 줄이고 기존 제도와의 관계를 면밀히 검토해 불필요한 중복 규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와 규정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평가 기준과 절차의 합리성,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국가유산청은 서울시와 사업시행자, 주민, 전문가 등 관계자들과 소통을 이어가며 세계유산 보존과 도시 개발이 상생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유산을 보존하면서 지역 발전도 함께 이루는 모범 사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