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관광재단, 남대문·인현·동묘·노량진·공릉동 등 개성 살린 시장 5곳 소개
전병열 기자 chairman@newsone.co.kr

서울의 전통시장이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새로운 관광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수백 년 역사를 간직한 만물시장부터 레트로 감성의 노포 골목, 빈티지 패션과 골동품을 만날 수 있는 구제시장, 한강 피크닉과 연계한 수산시장까지 각기 다른 매력으로 국내 젊은 층과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을 끌고 있다.
서울관광재단(대표이사 김병민)은 쌀쌀한 바람과 함께 따뜻한 먹거리가 생각나는 11월을 맞아 서울의 일상과 생활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전통시장 5곳을 소개했다.
이번에 선정된 곳은 남대문시장, 인현시장, 동묘시장, 노량진수산시장, 공릉동도깨비시장이다. 최근 전통시장은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서울의 생활문화를 가까이에서 체험하는 관광 코스로, 국내 2030세대에게는 먹거리와 빈티지 쇼핑, 이색 체험을 즐기는 취향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곳은 조선 시대부터 600년 가까운 역사를 이어온 남대문시장이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전통시장으로, 숭례문 일대에 1만여 개 점포가 밀집해 의류와 잡화, 식품, 주방용품, 침구류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한다. ‘남대문에 없으면 서울 어디에도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 물건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남대문시장은 조선 태종 때 국가가 상인들에게 점포를 임대하면서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 후기 대동법 시행과 함께 선혜청이 숭례문 인근에 들어서면서 전국의 곡물이 모이는 장터로 성장했다. 한국전쟁으로 시장이 큰 피해를 입은 뒤에는 구호물자와 수입품 거래를 통해 다시 일어섰으며, 현재는 공식 홈페이지 기준 하루 평균 30만 명 안팎이 찾는 서울의 대표적인 쇼핑 명소로 자리 잡았다.
낮에는 소매시장, 밤에는 도매시장으로 운영되며 새벽까지 활기를 이어가는 것도 특징이다. 칼국수 골목과 갈치조림 골목은 오랜 세월 시장을 지켜온 대표 먹거리 공간이다. 특히 노릇하게 구워낸 잡채호떡은 시장을 찾은 방문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최근에는 K-콘텐츠 인기에 힘입어 외국인 관광객도 크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때밀이 수건과 헤어 캡, 괄사, 두피 마사지기 등 한국 목욕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생활용품들이 이색적인 쇼핑 품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을 둘러본 뒤에는 회현역에서 도보 8분 거리에 있는 남산공원 백범광장으로 이동해 한양도성 성곽길과 남산의 가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충무로 인쇄골목 한복판에 자리한 인현시장은 서울 도심에서 옛 골목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고층 빌딩 사이 좁은 입구로 들어서면 길이 200m 남짓한 골목을 따라 오래된 식당과 주점들이 처마를 맞대고 있다. 인쇄소와 노포가 나란히 이어지는 풍경은 충무로 특유의 레트로 감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인현시장은 한국전쟁 이후 인현동 일대에 인쇄업체들이 모여들면서 형성됐다. 전국 최대 규모의 인쇄골목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인쇄소 직원들의 허기와 피로를 달래주던 식당과 주점들이 자연스럽게 들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백반과 생선조림, 오징어볶음, 낙지볶음, 닭볶음탕, 해물찜 등 푸짐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식당들이 많아 인근 직장인들의 단골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저렴한 가격과 옛 분위기가 입소문을 타면서 최근에는 2030세대와 외국인 관광객도 찾고 있다. 시장에서 충무로역 방향으로 5분가량 걸으면 남산골한옥마을에 닿아 전통시장과 한옥의 정취를 함께 즐길 수 있다.
동묘시장은 빈티지 패션과 골동품을 좋아하는 젊은 층 사이에서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동묘 돌담을 따라 구제 의류와 골동품 좌판이 이어지는 이곳은 과거 어르신들의 놀이터로 불렸지만, 최근에는 개성 있는 거리 패션을 즐기려는 청년들과 외국인 관광객까지 모여드는 이색 시장으로 변했다.
동묘는 삼국지의 장수 관우를 모신 사당인 동관왕묘의 줄임말이다. 임진왜란 이후 선조 때 세워진 사당으로 국가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시장은 1980년대 후반 노점상들이 모여들면서 형성됐으며, 청계천 복원 사업으로 터전을 옮긴 황학동 벼룩시장 상인들이 합류하면서 규모가 커졌다.
동묘시장의 가장 큰 매력은 개성 넘치는 빈티지 패션이다. 옷을 겹쳐 입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연출하는 어르신들의 패션이 SNS에서 화제가 되면서 국내 젊은 층은 물론 외국 디자이너들의 관심까지 끌고 있다. 수천 원에서 수만 원대까지 다양한 구제 의류를 무더기 속에서 찾아내는 재미가 있고, 가격을 흥정하는 시장 특유의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 의류 외에도 시계와 액세서리, LP, 중고 카메라 등 다양한 물건을 만날 수 있다.
인근 창신동 문구·완구시장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국내 최대 규모의 문구·완구 도매시장으로, 말랑이와 왁뿌볼, 키캡 등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소품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노량진수산시장은 최근 회를 포장해 한강에서 즐기는 이른바 ‘회크닉’이 새로운 나들이 문화로 확산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활어 수조와 제철 수산물이 가득한 이곳은 국내 최대 규모의 수산시장으로, 직접 횟감을 고르고 포장해 한강으로 향하는 색다른 여행 코스를 제공한다.
1927년 서울역 인근 의주로에서 경성부 수산시장으로 출발한 노량진수산시장은 1971년 현재 위치로 이전했다. 이후 현대화 사업을 거쳐 2016년 새 건물에 자리를 잡았다. 1층 판매장에서 활어와 조개류, 제철 해산물을 고르면 회를 떠주며, 2층 상차림 식당에서 식사하거나 포장해 갈 수 있다. 전국에서 올라온 수산물은 새벽 경매를 거쳐 점포별로 진열된다.
회크닉은 시장에서 회를 포장한 뒤 여의도한강공원이나 노들섬 등으로 이동해 한강을 바라보며 즐기는 피크닉이다. 치킨과 피자가 중심이던 한강 나들이 음식에 회가 새로운 선택지로 등장하면서 시장에서도 회크닉 세트를 판매하는 점포가 생겨나고 있다. 다만 야외에서 수산물을 먹는 만큼 신선도 유지와 위생에 주의하고, 포장 용기와 음식물 쓰레기는 지정된 방법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시장 방문 후에는 용양봉저정공원도 둘러볼 만하다. 노량진역에서 버스로 약 6분 거리에 있는 이곳은 조선 정조가 화성 능행길에 한강을 건너 휴식을 취했던 정자다. 공원 전망대에 오르면 한강대교와 노들섬, 여의도 빌딩숲, 남산까지 서울 도심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공릉동도깨비시장은 경춘선숲길과 맞닿아 있어 늦가을 산책과 전통시장 나들이를 함께 즐기기 좋은 곳이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주민들의 생활과 상인들의 정겨운 인심이 살아 있는 생활밀착형 시장으로, 옛 철길 주변의 독특한 풍경도 매력이다.
시장은 1939년 경춘철도가 개통된 뒤 화랑대역 인근에 노점상들이 모여들면서 형성됐다. 단속이 나오면 도깨비가 사라지듯 노점이 순식간에 없어졌다가 단속이 끝나면 다시 모여들었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2025년에는 주차타워를 갖춘 고객지원센터가 문을 열어 방문객들의 이용 편의도 높아졌다.
시장 정문에서 중앙 언덕까지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지고, 언덕을 넘으면 후문까지 내리막길이 펼쳐진다. 아케이드가 설치돼 비나 눈이 오는 날에도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 만두와 족발, 손칼국수, 닭강정 등 다양한 먹거리도 방문객을 맞는다.
최근에는 전통시장 안에 이색적인 커피 전시공간까지 들어섰다. 노원구 지역 상권 활성화 사업으로 시장 상가 2~3층에 전시공간이 조성됐으며, 올해 2월에는 카페 겸 커피 그라인더 전시관인 ‘말베르크’가 문을 열었다. 이곳에는 수집가 부부가 25년간 세계 각지에서 모은 18세기 유럽 수공예 그라인더부터 20세기 대량생산 제품까지 1,1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시장 후문으로 나서면 경춘선숲길과 바로 연결된다. 철길을 따라 쌓인 낙엽을 밟으며 늦가을 정취를 즐길 수 있고, 길 주변에는 개성 있는 카페들이 들어서 ‘공리단길’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숲길은 옛 화랑대역을 활용한 화랑대 철도공원까지 이어지며, 반대편으로는 광운대역까지 연결돼 총 약 7㎞ 구간의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서울관광재단은 이처럼 오랜 역사와 지역의 생활문화가 살아 있는 전통시장을 서울 관광의 새로운 자원으로 소개하고, 국내외 관광객들이 서울의 일상과 개성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관광 콘텐츠를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