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성장하는 호텔, 하락하는 펜션과 민박

성장하는 호텔, 하락하는 펜션과 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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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숙박시장에서 호텔 선호도가 크게 성장해 선두를 지켜온 펜션을 앞지를 전망이다. 볼거리보다 쉴 거리를 찾고, 취사보다는 매식을 즐기는 식도락의 증가 등 여행스타일의 변화와 함께 여행객들의 선호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더불어 OTA와 숙박앱의 성장, 호텔 요금의 하락 등으로 개인이 운영하는 펜션보다 이용, 결제 등이 편리한 호텔에 수요가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강릉 펜션에서의 사고 등이 일어나면서 펜션, 민박 등 숙박시설에 대한 불신도 가속화되고 있다. 달라지고 있는 숙박시장을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펜션 인기 추격하는 호텔

국내여행 숙박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호텔 선호도가 크게 증가해 오랫동안 선두를 지켜온 펜션을 앞지를 전망이다. 세종대학교 관광산업연구소와 여행전문 리서치 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공동 수행하는 ‘주례 여행 행태 및 계획 조사(매주 500명 조사)’에서 계획 중에 있는 1박 이상의 국내 여행 시 어떤 곳에서 숙박할 예정인지 정리했다.

▲국내 여행 시 예정 숙박 장소 (출처=㈜컨슈머인사이트)

2018년 11월까지 선호하는 숙소로 펜션이 25%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호텔 22%, 콘도·리조트와 모텔·여관이 각각 12%, 민박·게스트하우스 8%, 캠핑·야영 3% 등의 순이었다. 가족, 친구 등 지인 집을 숙박으로 이용하는 경우는 10%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에 국내 여행 시 선호하는 숙박형태의 지난 3년간 변화를 비교했다. 그 결과 2016년 상반기 29%의 선호도를 보였던 펜션은 2018년 하반기 25%로 급락세를 보였다. 반대로 같은 기간 호텔은 15%에서 22%로 껑충 뛰었다. 이 같은 호텔 선호도의 성장세와 펜션 선호도의 하락세가 지속되면 1~2년 내에 호텔이 펜션을 앞지를 가능성이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하락폭이 가장 큰 유형이 민박·게스트하우스였다는 점이다. 이들은 지난 3년간 13%에서 8%로 떨어졌다.

고객층 넓히는 데 성공한 호텔업계, 그 이유는?

숙박업소 선호도 변화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데, 우선 여행 행태와 숙박 판매 환경이 동시에 변하고 있다는 점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행 행태는 여행 목적, 여행지, 동행자, 경비 등 모든 측면에서 바뀌고 있다. 여행자들은 단기간·근거리·저비용을 추구하게 됐고, 볼거리가 많은 여행지에서 휴식과 식도락을 충족시킬 수 있는 여행지가 번성하고 있다. 또 과거에는 펜션, 콘도 등에서 바비큐를 하는 등 직접 요리를 하는 취사형 여행이 인기였으나, 지금은 위치 기반으로 맛집 검색과 다양한 요리를 편리하게 맛보는 매식형 여행이 선호도가 높다. 이런 변화에 가장 잘 맞는 곳이 호텔이다.

더불어 숙박 판매 환경도 크게 변했다. 숙소의 결정과 결제는 과거 오프라인 중심에서 OTA( Online Travel Agency)와 숙박 앱 중심으로 이동했다. 그 과정에서 호텔의 종류도 다양해졌는데 4~5성급의 고급호텔과 특별한 콘셉트와 캐주얼한 분위기를 가진 부띠끄 호텔, 간단한 요리와 파티룸으로 이용하기 좋은 레지던스 호텔, 짧은 여행에서 휴식을 취할 용도만 필요할 땐 비즈니스 호텔 등으로 세분화됐고 가격대도 다양해졌다.

호텔이 세분화되고 다양하게 등장하면서 자연스레 경쟁이 있었고 호텔들은 요금 인하, 서비스 개선, 다양한 패키지 상품, 편의시설 등을 마련했다. 이 같은 노력은 과거 비싸고 고급스러운 호텔의 이미지를 편안하고 다양한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인지시켜 새로운 고객층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설 자리 잃어가는 펜션과 민박

반면 항상 선두를 지켜오던 펜션 선호도의 고전, 민박과 게스트하우스 등 숙소들이 경쟁력을 잃은 이유는 뭘까?

일단 펜션의 경우 여행 트렌드에 맞게 변화하는 데 능숙하지 못했다. 관광객은 직접 요리를 하는 취사형 여행에 차츰 피로감을 느끼게 됐고, 예약과 결제 시 통화를 하거나 무통장입금 등으로 진행되는 숙박 구매 방식을 기피하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다수의 펜션은 수수료의 문제로 OTA나 숙박 앱에 등록하지 않고 무통장입금으로 결제를 받는 등 고전적인 방법을 택하고 있다.

또 펜션들의 허위에 가까운 홍보 역시 관광객의 피로감을 더하고 있다. 많은 펜션들이 외관과 객실 사진을 과도하게 보정하고 조작해 온라인에서 홍보한다. 숙박업소의 사진을 전문적으로 보정, 연출해주는 업체도 상당수다. 과대 광고한 펜션 사진을 믿고 방문한 관광객은 사진과 몹시 다른 모습에 실망하지만 환불을 요구하거나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행 중에 다른 숙소를 찾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이런 경험을 한 관광객이 다시 펜션을 찾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

민박, 게스트하우스는 어떨까? 이들 숙소들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 경쟁력이었다. 하지만 관광객이 몰리는 주말, 성수기, 휴가철이면 호텔 못지않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서비스와 청결도 등은 관광객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선호도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여기에 펜션, 민박, 게스트하우스 등을 외면하게 된 큰 요인 중 ‘안전’이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숙박업소에서 벌어진 사건·사고의 다수가 이들 숙박업소에서 벌어졌다. 지난 12월 수능을 마치고 여행 온 10명의 고교생이 참변을 당한 곳은 강릉의 펜션이었다. 현장 감식을 통해 보일러 연통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고, 이 틈으로 배기가스가 누출되며 사고가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펜션은 농어촌 관광 활성화와 주민 소득증대를 위한 농어촌민박 시설이었다. 게다가 국내 펜션은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가 의무가 아니다.

게스트하우스를 중심으로 벌어진 여러 사건들도 선호도 하락에 큰 몫을 했다. 지난 2월 제주 게스트하우스 살인사건이 큰 공분을 일으켰고, 바로 한 달 뒤 제주의 또 다른 게스트하우스에서는 현직 공무원이 같은 투숙객이었던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바 있다. 지난 7월에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여성 투숙객의 알몸을 몰래 촬영하던 투숙객이 적발됐다. 이 게스트하우스들도 모두 농어촌민박 시설이었다.

다급해진 제주도는 게스트하우스 이용객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지난 6월 ‘농어촌민박 안전인증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도내 농어촌민박 3,849곳 중 안전인증제를 신청한 업체는 164곳뿐이며, 이중 인증을 받은 업체는 39곳에 불과했다.

이 같은 펜션과 민박, 게스트하우스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호텔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관광객의 트렌드에 맞춰 서비스를 개선하고 안전, 과대홍보 등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들 업계는 앞으로 더 깊은 부진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안상미 기자 asm@newso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