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전액 삭감에 착공 무기한 연기…현장선 기대와 피로감 교차
표진수 기자 pjs@newsone.co.kr

따뜻한 햇살이 내려앉은 오후, 일산호수공원 호수교 아래는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산책을 나온 시민들이 드문드문 발걸음을 옮겼지만, 한때 북카페가 들어설 예정이었던 공간은 여전히 비어 있었다. 안내 표지나 공사 흔적도 없이, 계획만 남은 채 시간이 멈춘 듯한 분위기였다.
고양특례시가 추진해온 호수공원 북카페 조성 사업이 시의회 예산 삭감으로 제동이 걸리면서, 착공 자체가 불투명해진 상태다. 설계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정작 공사비가 확보되지 않으면서 사업은 출발선에도 서지 못하고 있다.
이 사업은 호수교 하부 유휴 공간을 활용해 도심 속 독서·문화 복합공간을 조성하는 계획으로, 2023년부터 본격 추진됐다. 약 240㎡ 규모의 단층 건물로 목재와 코르크 등 친환경 자재를 사용하고, 에너지 효율을 고려한 구조로 설계됐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설계 공모와 건축기획 용역은 이미 마무리됐고 전체 설계도 약 90%까지 진행됐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올해 10월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올해 본예산과 1회 추가경정예산 심의 과정에서 총 18억 원의 공사비가 전액 삭감되면서 일정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
시 관계자는 “설계비는 승인하면서 공사비를 전액 삭감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도심 유휴 공간을 시민을 위한 문화 공간으로 바꾸려던 계획이 멈춰 섰다”고 토로했다.
현장에서는 북카페 조성과 함께 추진될 예정이던 주변 환경 개선 사업도 함께 멈췄다. 호수교 하부 약 2,200㎡ 공간에는 조명 정비와 바닥 포장, 벤치 설치 등이 계획돼 있었지만, 현재는 기존 시설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해가 지면 어둠이 짙게 깔리는 구간이라 산책객들의 발걸음도 자연스레 줄어드는 분위기다.
인근을 찾은 시민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장항동에 거주한다는 한 시민은 “몇 년 전부터 북카페가 생긴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계속 미뤄지는 것 같다”며 “계획만 반복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당초 구상대로라면 북카페는 낮에는 독서와 휴식이 가능한 공간으로, 밤에는 유리 외벽을 통해 공원을 은은하게 밝히는 경관 시설로 활용될 예정이었다. 호수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벤치가 배치되고, 광장에는 화강석 포장이 깔리는 등 세부 설계도 이미 상당 부분 구체화된 상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예산 재확보가 가능한 9월 추가경정예산 심의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마저도 의회 결정에 따라 다시 좌우될 가능성이 있어 실제 착공은 내년 이후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설계를 마친 도시계획이 예산 문제로 장기간 표류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정책 신뢰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보여줄 수 있는 변화가 없다면 시민 기대도 점점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양시는 추경을 통해 공사비 확보를 다시 시도한다는 입장이지만, 북카페가 계획대로 시민 곁에 들어설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호수교 아래 빈 공간은 이날도 별다른 변화 없이, 다음 결정을 기다리듯 조용히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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