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 끝났지만 예산 삭감에 착공도 불투명
표진수 기자 pjs@newsone.co.kr
공사가 시작되기도 전, ‘책임 공방’부터 시작됐다.
고양특례시가 야심차게 추진하던 일산호수공원 내 북카페 조성 사업이 시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또다시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설계는 90% 완료…공사비는 ‘0원’
고양시는 일산동구 장항동 호수교 하부 유휴 공간을 활용해 친환경 독서·문화 복합공간을 조성하겠다며 2023년부터 사업을 본격화했다. 북카페는 지상 1층 연면적 약 240㎡ 규모로, 목재·코르크 등 친환경 자재를 사용하고, 열 손실을 줄인 에너지 절약형 구조로 설계됐다.
시는 이미 설계 공모와 건축기획 용역을 마치고 전체 설계의 약 90%를 완료, 올해 10월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2025년 본예산과 1회 추경에서 총 18억 원의 공사비가 전액 삭감되면서 착공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고양시 관계자는 “설계비는 승인해놓고 정작 공사비를 삭감한 건 모순적 결정”이라며, “도심 속 유휴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려던 계획이 예산심의 한 줄로 멈춰 서게 됐다”고 말했다.
증가하는 수요…줄어드는 편의시설
특히 이번 사업 보류는 시민 불편으로 직결될 전망이다. 장항택지지구 개발로 인구 유입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휴식과 문화 공간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시는 북카페 외부 2,200㎡ 공간에 대해서도 노후한 교량 하부 조명 개선, 바닥 포장, 벤치 설치 등 환경개선을 병행할 계획이었으나, 이 또한 중단됐다.
계획대로라면 북카페는 주간에는 독서와 대화가 있는 휴식처, 야간에는 유리벽을 통해 공원을 은은하게 밝히는 경관 개선 시설로 활용될 예정이었다. 시는 공간 구성에도 세심함을 기울여, 광장엔 400×400mm 화강석 포장재를 사용하고, 호수 방향에 벤치를 배치해 물가를 바라보며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추경을 통한 예산 재확보가 가능한 9월까지 기다려야 하며, 실제 착공은 내년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기약 없는 보류’…정책 신뢰도 흔들
이번 북카페 사업처럼 이미 설계를 마친 도시계획이 예산 삭감으로 발이 묶이는 사례는 정책 추진의 일관성과 시민 신뢰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시민 A씨(42·일산동)는 “벌써 몇 년째 계획만 발표되고 실체는 보이지 않는다”며, “기대했다가 번번이 실망만 남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고양시는 오는 9월 제2회 추경을 통해 공사비 재확보를 시도할 예정이지만, 그조차도 의회의 판단에 다시 좌우될 수 있어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시 관계자는 “시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넓히고 도심 내 쉼터 기능을 강화하려는 취지를 고려해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