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동서트레일, 첫 발걸음은 태안에서… 숲과 바다가 어우러진 ‘치유의 여정’

동서트레일, 첫 발걸음은 태안에서… 숲과 바다가 어우러진 ‘치유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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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9km 이어지는 한국형 산티아고 순례길, 태안 1~4구간 개통으로 숲길 여행 시대 열어

【태안】전병군 기자 jbg@newsone.co.kr

한반도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대장정의 길, ‘동서트레일’이 충남 태안에서 첫 발자국을 내디뎠다. 한국판 산티아고 순례길로 불리는 이 숲길 프로젝트는 2027년 완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그 출발지인 태안이 숲길 여행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태안군에 따르면, 동서트레일은 총 연장 849km, 총 55개 구간으로 구성되며, 충남 태안을 시작으로 경북 울진까지 이어진다. 이 중 태안에는 1~4구간이 조성돼 지난해 9월 전국에서 세 번째로 개통됐다. 트레일은 숲과 해변, 문화유산과 마을을 잇는 방식으로 설계돼 단순한 탐방로를 넘어 지역의 역사와 생태, 공동체가 살아 숨 쉬는 길로 주목받고 있다.

1구간(12km)은 꽃지해수욕장에서 출발해 백사장항까지 이어지며, 태안해안국립공원의 해변길과 방포항 모감주나무 군락지를 지난다. 2구간(15km)은 백사장항에서 몽산포항으로 이어지며 염전지대와 별주부전 발상지 등 문화자원을 품고 있다. 이어지는 3구간(13km)에서는 갯벌체험장과 고택을 둘러볼 수 있고, 마지막 4구간(13km)은 동학농민혁명기념관과 백화산을 지나 서산 팔봉산 주차장까지 이어진다.

최근에는 1구간의 시작점을 안면도 자연휴양림까지 연장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4km가 추가될 경우, 보다 숲길다운 출발점이 조성되면서 동서트레일의 상징성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지난 6월 18일에는 태안 남면 별주부센터에서 산림청 주관 ‘동서트레일 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열려 21개 시·군·구 관계자들이 모여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태안은 이번 회의 개최를 계기로 트레일 거점 도시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태안군은 올해 말까지 트레일 구간을 시범 운영하며, 안내소 2곳과 대피소 3곳을 마련하는 등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 조성에 나서고 있다. 군 관계자는 “동서트레일은 하루 15km 내외의 구간을 걸으며 자연과 문화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길”이라며 “태안이 숲길 여행의 출발지로서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끌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비와 홍보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동서트레일은 한 걸음 한 걸음이 단순한 이동이 아닌, 자연과 사람,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의미 있는 여정이다. 그 첫걸음이 태안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은, 이 길이 단순한 길이 아닌 한국형 순례길로서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