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노론계 서원… 서원철폐령에도 보존된 사액서원
[유산청]이근대 기자 lgd@newsone.co.kr
경북 상주에 자리한 「상주 흥암서원」이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으로 지정될 전망이다.
국가유산청(청장 허민)은 현재 경상북도 기념물로 지정된 상주 흥암서원을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으로 지정 예고했다고 9일 밝혔다. 흥암서원은 조선 후기 영남지역에 세워진 대표적 노론계 서원으로, 서원철폐령에도 훼철되지 않은 전국 47개 사액서원 가운데 하나다.
1702년 창건돼 1705년 사액을 받은 흥암서원은 기호학파 학자 동춘당 송준길(1606~1672)을 모시고 있다. 송준길은 송시열과 함께 서인 노론계의 정신적 지주로 활동했으며, 상주 출신 우복 정경세의 사위로 약 10년간 상주에 거주하며 지역 인사들과 교류했다. 서원 제향에 송준길이 모셔질 수 있었던 데에는 이러한 인연과 집권 세력의 후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건축적 면모도 주목된다. 서원의 배치는 기호학파와 영남학파의 형식을 절충해 전면에 강학 공간, 후면에 제향 공간을 두었으며, 강당 뒤로 동재·서재를 배치했다. 이는 기호학파 계열 서원의 전형을 보여주면서도, 상주를 포함한 경북 서북부 지역 향교 건축 양식과도 닮아 있다. 강당인 진수당은 정면 5칸, 측면 3칸의 큰 규모로 지어졌고, 대문 하반청은 동·서재 원생보다 낮은 계층의 학생들이 머무는 건물로 다른 서원에서는 보기 드문 사례다.
흥암사에는 숙종이 내린 사액 현판과 친필 어필 현판이 지금까지 남아 있어 역사적 가치를 더한다. 또한 해마다 춘추향사가 이어지고 있어 전통 의례가 끊기지 않고 전승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흥암서원은 조선 후기 노론계 서원의 분포와 운영, 사회·경제적 기반을 연구할 수 있는 자료가 풍부하다”며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큰 만큼 국가지정문화유산으로 보존·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은 앞으로 30일간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통해 사적 지정 여부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