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관광 태안 마도 앞바다서 고려 난파선 2척 추가 확인…해상 물류의 비밀 풀렸다

태안 마도 앞바다서 고려 난파선 2척 추가 확인…해상 물류의 비밀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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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년 전 개경 향하던 마도5호선, 2009년 발굴된 마도1호선과 같은 선단으로 확인…경남 사천 출항 마도6호선 흔적도 발견

전병군 기자 work@newsone.co.kr

충남 태안 마도 앞바다에서 고려시대 난파선 2척의 흔적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800여 년 전 고려의 해상 물류 체계가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전라도에서 출발해 개경으로 향하던 마도5호선이 2009년 발굴된 마도1호선과 같은 선단이었던 사실이 밝혀졌으며, 경상도 사천에서 출항한 것으로 추정되는 마도6호선의 흔적도 국내 최초로 확인됐다.

태안군은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가 마도 해역에서 진행한 수중발굴조사를 통해 이 같은 성과를 거뒀다고 4일 밝혔다. 연구소는 이날 근흥면 국립태안수중유산박물관 강당과 마도 북서쪽 해역의 발굴 현장에 마련된 바다누리호에서 언론공개회를 열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발굴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마도5호선의 실체가 구체적으로 확인된 점이다. 지난해 청자 다발과 선체 조각 등 난파선의 매장 징후가 포착된 뒤 본격적인 수중조사가 진행됐으며, 닻돌과 원통목, 밧줄 등 선박 부속품을 비롯해 볏섬과 선상 생활용품인 청동호 등 유물 54점이 출수됐다.

선박에 실린 화물의 종류와 발송지 등을 알려주는 목간 26점도 확인됐다. 목간에는 ‘정묘년’과 ‘정묘 12월’이라는 기록이 남아 있었으며, 방사성탄소연대 측정 결과 등을 종합해 화물 수집 시기는 1207년(고려 희종 3년) 12월, 실제 출항 시기는 이듬해인 1208년 봄으로 파악됐다.

화물은 전라도 영암군과 안로현 일대에서 모아졌으며, 최종 목적지는 당시 고려의 수도 개경이었다. 이 같은 운항 정보는 2009년 태안 마도 앞바다에서 발굴된 마도1호선의 기록과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특히 마도5호선에서 나온 목간 가운데 개경의 송득덕에게 보내는 화물표는 마도1호선에서 출수된 목간과 내용뿐 아니라 필적까지 거의 일치했다. 두 선박의 화물표를 같은 인물이 작성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연구소는 두 배가 1208년 봄 전라도의 화물을 나눠 싣고 개경으로 향하던 동일 선단이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항해 도중 태안 마도 해역에서 거센 풍랑을 만나 함께 침몰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마도2호선 동쪽 약 100m 지점에서는 마도6호선의 매장 흔적도 발견됐다. 청자유병과 도기정병 등 유물 20여 점과 함께 ‘사주호장목량’, ‘반성형지□미’라고 적힌 목간이 출수됐다.

목간에 등장하는 사주(현 경남 사천)는 고려시대 13개 조창 가운데 하나인 통양창이 있던 지역이며, 반성은 현재 진주시 일대로 추정된다. 그동안 마도 해역에서 발굴된 고선박이 전라도 지역에서 출항한 선박으로 확인된 것과 달리, 경상도 조창에서 세곡을 싣고 출발한 고려 선박의 흔적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사로 마도 해역이 전라도뿐 아니라 경상도 지역의 세곡과 상업 물자가 개경으로 운송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길목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삼남지역에서 출발한 선박들이 수도로 향하는 과정에서 태안 앞바다를 주요 항로로 이용했음을 보여주는 자료라는 점에서 고려시대 해상 운송 체계를 연구하는 데도 의미가 크다.

태안 마도 해역은 조류가 거세 예부터 선박 난파 사고가 잦았던 곳이다. 그러나 거친 물길은 역설적으로 당시 선박과 화물을 바닷속에 보존하는 역할을 했다. 2007년 대섬 인근에서 태안선이 발굴된 데 이어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마도1·2·3·4호선이 차례로 확인됐고, 이번에 마도5·6호선까지 추가되면서 이 일대에서 확인된 난파선은 모두 7척으로 늘었다. 수만 점에 이르는 유물도 함께 발굴돼 태안은 국내 대표 수중문화유산 발굴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태안군은 이번 성과가 지역 해양문화유산의 가치를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발굴조사 지원과 보존·활용 사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군은 그동안 안전하고 원활한 수중발굴을 위해 공유수면 점용·사용 협의 등 행정적 지원을 해왔으며, 2027년까지 이어질 정밀 발굴조사에도 국가유산청과 국립해양유산연구소의 협력 체계를 바탕으로 힘을 보탤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마도 해역은 800여 년 전 선조들의 삶과 국가 해상 물류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대한민국 해양역사의 중요한 현장”이라며 “이번 마도5·6호선 발굴은 태안이 과거부터 해상 교통의 중심지였음을 보여주는 뜻깊은 성과”라고 말했다.

이어 “국립태안수중유산박물관과 연계해 지역의 해양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군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한편 국민들이 태안의 역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관광 자원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