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문화 에세이 ㅣ 바보처럼 보여도 마음은 부자

문화 에세이 ㅣ 바보처럼 보여도 마음은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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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는 때로 나를 작게 만드는 대신, 세상을 크게 품게 한다. 손해를 두려워하지 않는 순간, 우리는 이미 더 큰 자유를 얻은 것이다”
전병열 수필가

“그렇게 손해보고 살면 안 돼.”

살다 보면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세상은 이익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손해는 어리석은 선택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손해를 본다는 건 정말 바보 같은 일일까?

어릴 적, 동네 슈퍼 아주머니는 늘 덤을 주셨다. 사탕 하나를 사면 두 개를 주고, 과자를 사면 작은 음료를 끼워주셨다. 나는 그게 너무 좋았고, 아주머니 가게만 찾았다. 어른이 되어 생각해보니 아주머니는 늘 손해를 보고 계셨던 셈이다. 하지만 그 손해는 사람을 끌어당겼고, 따뜻함을 남겼다. 아주머니는 손해를 통해 마음을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요즘은 계산이 빠른 사람이 똑똑한 사람으로 여겨진다. 이익을 챙기고, 손해는 피하는 것이 능력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런 삶은 늘 긴장 속에 있다. 더 많이 가지려는 욕심은 멈출 줄을 모르고, 이익을 얻으면 더 큰 이익을 탐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중요한 것을 놓친다. 여유, 관계, 그리고 마음의 평화.

나는 손해를 보는 삶이 오히려 행복을 준다고 믿는다. 조금 손해를 봐도 괜찮다는 마음을 가지면, 작은 것에도 만족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 먼저 베풀고, 조금 더 내어주고, 때로는 계산하지 않고 넘어가는 삶. 그런 삶은 마음을 가볍게 한다. 손해를 본다는 건, 때로는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일이고,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일이다.

문득 사업 거래처와 협의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계약을 앞두고 회사 담당자가 “이번엔 우리 쪽 이익을 조금 올려서 조건을 바꾸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했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까지 함께해온 신뢰가 가장 큰 자산이에요. 당장은 조금 덜 남더라도 그 믿음을 지키는 게 중요합니다. 우리가 조금 더 내어주는 건 단순한 손해가 아니라, 상대를 돕는 작은 봉사이기도 해요.”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배려 덕분에 더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협력을 이어갈 수 있었다. 겉으로는 손해처럼 보였던 선택이었지만, 사실은 나눔과 봉사의 마음이었고, 그것이 결국 더 큰 관계와 지속적인 성장을 만들어준 것이다.

물론 손해만 보고 살 수는 없다. 때로는 계산도 필요하고, 나를 지키기 위한 선택도 해야 한다. 하지만 손해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는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손해를 감수할 수 있는 용기, 그것이 진정한 지혜 아닐까.

나는 이제 손해를 보면 마음이 편하다. 계산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 베풀 수 있는 여유,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따뜻함. 손해는 때로 가장 큰 이익이다. 손해를 감수할 수 있는 용기, 그것이 진정한 지혜 아닐까.

그러니, 손해 좀 보고 살면 어때. 바보처럼 보여도, 마음은 누구보다 부자일 수 있다. 손해를 감수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삶의 진짜 가치를 아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손해 속에서도 웃을 수 있고, 손해를 통해 더 넓은 세상을 품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손해를 감수할 줄 아는 사람은 타인의 입장을 헤아릴 줄 안다. 그 마음이 모여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지고, 삶은 조금 더 단단해진다. 손해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더 깊은 관계, 더 넓은 시야, 그리고 더 진실한 나를 향한.

손해는 때로 나를 작게 만드는 대신, 세상을 크게 품게 한다. 손해를 두려워하지 않는 순간, 우리는 이미 더 큰 자유를 얻은 것이다. 결국 손해란, 삶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름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