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달빛 아래 열린 창덕궁 밤길… “청사초롱 들고 걷는 봄 궁궐”

달빛 아래 열린 창덕궁 밤길… “청사초롱 들고 걷는 봄 궁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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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일부터 ‘창덕궁 달빛기행’ 운영… 3월 23일부터 추첨 응모 시작

전두용 기자 jdy@newsone.co.kr

봄기운이 스미는 저녁, 서울 종로구 창덕궁의 어둠이 서서히 내려앉자 은은한 등불이 길을 밝힌다. 금호문 안으로 들어선 관람객들은 청사초롱을 손에 들고 고요한 궁궐 길을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낮과는 전혀 다른 표정의 궁궐이 밤공기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와 국가유산진흥원은 오는 4월 16일부터 5월 31일까지 ‘창덕궁 달빛기행’을 운영한다. 현장은 행사 준비로 분주한 가운데, 야간 관람 동선과 조명 점검이 진행되며 관람객 맞이에 나서고 있다.

달빛기행은 2010년 시작된 이후 매년 매진 행렬을 이어온 대표 궁궐 야간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금천교를 지나 인정전과 낙선재, 연경당 등 주요 전각을 차례로 둘러보게 된다. 밤하늘 아래 고즈넉한 전각들이 조명을 받아 드러나자, 곳곳에서는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남기는 모습이 이어졌다.

낙선재 상량정에 이르자 대금 소리가 잔잔히 흐르며 분위기를 바꾼다. 관람객들은 숨을 죽인 채 연주에 귀를 기울였고, 연못이 자리한 부용지에서는 왕가의 산책을 재현한 장면이 펼쳐졌다. 출연진과 함께 기념사진을 남기는 순간마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연경당에서는 궁중정재 공연이 이어진다. 효명세자가 창작한 전통 무용과 음악이 펼쳐지자, 관람객들은 다과를 손에 들고 공연을 감상하며 봄밤의 정취를 만끽했다. 은은한 조명과 전통 음악이 어우러지며 궁궐은 또 한 번 색다른 공간으로 변모했다.

이번 행사는 하루 6회씩, 매주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운영된다. 참가 기회는 추첨제로 제공된다. 응모는 3월 23일 오후 2시부터 29일 오후 2시까지 진행되며, 당첨자는 31일 발표된다. 당첨자는 4월 1일부터 최대 2매까지 예매할 수 있으며, 이후 잔여석은 선착순으로 판매된다.

외국인을 위한 특별 회차도 마련된다. 5월 중 네 차례에 걸쳐 영어, 중국어, 일본어 해설이 제공되는 프로그램이 별도로 운영될 예정이다.

관계자는 “궁궐의 야간 개방을 통해 더 많은 시민과 외국인들이 우리 문화유산을 색다르게 체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봄밤의 궁궐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 준비가 한창인 궁궐 안은 아직 고요했지만, 등불이 켜지는 순간 그 공간은 또 다른 시간으로 이어질 준비를 마친 듯했다. 달빛과 전통이 만나는 밤, 창덕궁의 문이 다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