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이 기자 lmy@newsone.co.kr

‘의병의 성지’ 의령이 지켜온 반세기의 의병정신이 전국 최대 규모의 의병 축제로 꽃피웠다. 제50회 의령홍의장군축제가 4월 17일부터 20일까지 나흘간 약 18만 명의 방문객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의령군(군수 오태완)은 이번 축제를 “분열과 갈등이 여전한 오늘날, 의병정신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필요한 화합과 통합의 가치”라고 정의했다. 50년을 이어온 축제의 전통과 새로운 시대정신을 함께 짚으며, ‘의병’은 과거가 아닌 현재와 미래의 이야기로 자리 잡았다.
축제는 ‘의병! 과거와 현재의 만남 _ 나도 의병’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홍의장군 곽재우를 비롯한 이름 없는 의병들의 희생과 정신을 조명하며, 관광객 누구나 ‘의병’이 되어보는 참여형 행사로 꾸며졌다.
가장 큰 주목을 받은 프로그램은 13개 주제, 1,000여 명이 참여한 ‘의병 출정 퍼레이드’와 횃불 행진이었다. 2km에 이르는 행렬은 홍의장군의 기상과 공동체의 연대를 상징하며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았다. 홍의장군을 상징하는 붉은색은 축제장 곳곳을 물들이며, 의병의 뜨거운 신념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또한 ‘빛의 거리’에서는 미디어 아트쇼가 밤하늘을 수놓았고, ‘나도 의병’ 개막 공연은 곽재우 장군과 전국 의병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풀어내며 감동을 더했다.
특히 축제장은 어린이들의 참여로 더욱 활기를 띠었다. 어린이 2만여 명이 참여한 ‘홍의 엽전 투어’는 조선시대 저잣거리를 재현한 공간에서 엽전을 이용해 놀이와 체험을 하는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역사와 문화를 접할 기회를 제공했다. 의병서당, 의병훈련소, 토너먼트 체험 등도 인기를 끌며 ‘미래의 의병’을 길렀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풍성했다. 창작시로 나라 사랑을 표현하는 전국 시낭송대회, 의병장 곽재우의 삶을 테마로 한 전국민물낚시대회, 그리고 의령 토요애 수박축제 등 연계행사들이 다채롭게 펼쳐졌다.
축제를 찾은 대구 시민 최은화 씨(36)는 “유서 깊은 도시에 이렇게 세련되고 열정 넘치는 축제가 있다는 게 놀랍다”며, “아이와 함께 의병 이야기를 접하고 퍼레이드를 본 경험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태완 의령군수는 “의병정신은 위기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았던 정의와 공동체의 의지이며,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의병정신을 축제에 머무르지 않고,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분열을 넘는 문화적 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한편 의령군은 이번 50회를 기점으로 축제의 정체성과 미래 비전을 새롭게 정립하고 ‘새로운 50년’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그 시작으로, 전국 순회 개최 중인 ‘의병의 날’ 기념식을 오는 6월 1일, 다시 의령에서 연다. 의령은 ‘의병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온 상징적인 도시다.